강석우 지음/CBS북스·1만3000원 2015년 9월 어느날 아침. 라디오에서 낯익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들리나요,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 배우 강석우였다. 서양고전음악을 주로 들려주는 <시비에스>(CBS) 음악에프엠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를 진행하는 그의 삶과 음악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 나왔다.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은 이 프로그램에서 방송한 ‘플레이 리스트’ 꼭지를 모은 것이다. 지난 삶에 음악보다 큰 위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서양고전음악을 사랑해왔다는 지은이의 연기 인생, 사람 이야기, 음악 경험이 솔직하게 담겼다. 중학교 시절 접한 이국의 음악가 사라사테, 대학 시절 국립극장에서 처음 본 오페라 <라 보엠>, 대부분의 날이 우중충했다는 대학 시절에 주로 찾아든 명동 음악감상실 ‘필하모니’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그가 남자 주인공 민우역을 맡은 영화 <겨울 나그네>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곽지균 감독에 대한 일화는 특히 지나치기 힘들다. 곽 감독 자신이 투영된 듯, 어둡고 비밀을 간직한 민우가 불 속으로 몸을 던져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 흐르던 곡 ‘팔로우 미’(Follow Me, 데미스 루소스)의 원곡은 로드리고가 지은 <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이다. 지은이는 “동반자이자 친구이자 형이었던 그 남자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아픈 후회가 담겨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70~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한편, 지금 어두운 터널을 외롭게 통과하고 있는 청춘에게도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65개 에피소드 말미에 음반과 곡 정보를 소개했고, 유튜브로 연결되는 큐알(QR) 코드를 실어 클래식 입문서로서도 손색없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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