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버드 비숍 1883년 여행기
1870년대 일본에서 말레이까지
‘황금반도’ 자연·문화 깊은 애정
1870년대 일본에서 말레이까지
‘황금반도’ 자연·문화 깊은 애정
말레이 반도 페락에서 처음으로 코끼리를 탄 이사벨라 버드 비숍. 경북대학교 출판부 제공
이사벨라 버드 비숍 지음, 유병선 옮김/경북대학교 출판부·2만5000원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의 세계일주를 그린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가 나온 해가 1873년이다. 이 때만 해도 이 소설은 에스에프(SF)로 분류됐다. 짧은 기간 안의 세계일주란 불가능과 가능의 경계에서 서성이는 과제였다. 그러나 기간이 문제였을 뿐, 세계 여행 자체는 재력과 체력, 소망을 갖춘 이라면 현실로 꿈꿔볼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이미 영국은 오대양 육대주에 걸쳐 ‘해가 지지 않는’ 식민제국을 건설해놓고 이를 근대적 교통 수단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에겐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던 ‘빅토리아 시대’라는 시간적 배경이다. 지구촌을 누빈다는 것은 소수 선택된 남성의 몫이었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1831~1904)에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150여년 전 보호자나 배우자 없이 여성 홀로 세계 곳곳에 발자취를 새긴 것은 서구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감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버드는 20~30대였던 1850~1860년대 미국과 호주 등지에 머물며 여행가이자 작가로서의 잠재력을 확인한 뒤, 1870년대 후반 기어이 일본에서 말레이 반도에 이르는 동아시아 기획 탐사에 나선다. 특히 1878년 12월 말부터 이듬해 2월25일까지 두 달여에 걸쳐 홍콩, 광저우 등을 지나, 말레이 반도 서안의 말레이 왕국에 이르는 동남아시아 일대를 돌아본다. 그는 이 여행의 결과물을 1883년 <황금반도와 그쪽으로 가는 길>이라는 여행서로 내놓는다.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황금반도>(<황금반도>)는 그 책의 첫 국내 번역서다. 이후 버드는 고국에서 5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남편과 사별한 뒤 쉰여덟 나이로 티베트에서 한반도와 중국까지 본격적 동아시아 탐사에 나선다. 이 시기 쓴 책의 하나가 잘 알려진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이다. 버드는 1901년 70살 때 모로코를 경유하는 1000마일 탐사에 나서는 등 평생 세계를 떠도는 삶을 살았다. 15권의 책을 썼고 영국 왕립지리학회 최초의 여성 회원에 올랐다.
말레이 반도 페락 강의 말레이식 통나무배.
말레이 반도에서 자라는 박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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