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극작가인 데릭 월컷이 19일(현지시각) 별세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향년 87.
그는 카리브 지역의 섬나라인 세인트루시아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독립국가이지만 그가 태어날 때는 영국 식민지였다. 월컷에겐 카리브 지역의 대표 작가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자 노벨상 수상작인 서사시 <오메로스>(1990)는 고대 그리스 작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카리브 지역의 역사 속에서 재창조한 작품이다. ‘미천한 어부와 택시 기사’가 호메로스 서사시의 고대 영웅을 대신한다. 그는 <원숭이 산에 대한 꿈> 등 80편 이상의 연극 작품을 쓰거나 연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월컷 연극의 상당수가 인종, 정치적 갈등을 배경으로 카리브 지역의 정체성을 탐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월컷은 ‘그리스와 아프리카의 신전 사이’에 위치해 자신을 탐색하는 시들에서 셰익스피어나 예이츠, 엘리엇의 시혼을 불러내며, 이들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왔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가족사와 떼어 말하기 힘들다.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모두 흑인 노예 후손이었다. 월컷이 한살이 되기 전 사망한 그의 아버지는 화가였다. 교사였던 어머니는 집에서 자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소리 내어 암송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월컷이 19살 때 첫 시집을 낼 수 있도록 돈을 대주기도 했다. 월컷은 미국 보스턴대에서 1981년부터 2007년까지 시를 가르쳤다. 2009년 영국 옥스퍼드대 시담당 교수직 선발 과정에서, 유력 후보자인 그에게 수십년 전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한 학생의 주장이 불거지면서 응모 의사를 철회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