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카프카-99가지 습득물
라이너 슈타흐 지음, 정항균 옮김/저녁의책·1만8000원
체코 출신 독일어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사진)의 삶과 문학세계에 관해서는 이미 적잖은 자료가 나와 있다. 한국에서도 소설은 물론 일기와 편지 등 그가 쓴 글을 모두 모은 전10권 분량 전집이 올 초에 완간되었고 전기와 평전, 연구서 등도 국내서와 번역서를 망라해 수십권 남짓에 이른다.
카프카 전기 3부작을 낸 독일의 카프카 전문가 라이너 슈타흐의 <어쩌면 이것이 카프카>는 ‘99가지 습득물’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카프카의 삶과 문학에서 수습한 99개 파편들을 통해 카프카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학창 시절 성적표에서부터 편지와 일기, 미완성 원고 그리고 유품 및 사진 등에서 찾은 단서로 그의 감추어진 면모를 재구성하는 방식을 취했다.
카프카는 맥주와 와인을 즐겨 마셨다. 그의 마지막 연인 도라 디아만트는 카프카가 요양원에서 숨을 거두기 불과 일주일 전 카프카의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프란츠는 정말 열정적인 애주가가 되었어요. 매 식사 때마다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니까요”라고 썼다. 카프카 자신도 비슷한 무렵 부모에게 쓴 편지에서 “아버지와 함께 햇포도주를 제대로 한번 거하게 마셔 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밝혔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던 카프카는 돈 주고 여자를 살 수 있는 와인바는 물론 사창가에도 드나들었다. 죽기 2년 전인 1922년 1월18일에 쓴 일기에서 “성기가 나를 못살게 굴고 밤낮으로 괴롭힌다”고 썼던 그는 그 이틀 뒤 일기에서는 “멱살이 잡힌 채, 길거리에서 질질 끌려다니다가, 문 안으로 밀쳐져 들어갔다”며 타의로(?) 사창가에 간 일을 밝혀 놓았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중편 ‘변신’의 배경은 카프카가 부모와 함께 머물던 프라하 니클라스가 현대식 건물의 5층 셋집을 모델로 삼았다. “카프카의 방은 그레고어(잠자)의 방이 되고, 부모님의 침실은 여동생 그레테의 방이 되며, 여자들의 방, 즉 카프카의 여동생 오틀라와 발리가 살았던 방은 잠자 부모님의 침실로 변한다.” 한편 1917년 4월에는 지크프리트 볼프라는 독자가 ‘변신’의 의미를 알려달라며 카프카에게 편지를 보낸 일도 있었다.
도라 디아만트가 1948년에 낸 회고록에서 밝힌 인형 편지 일화는 감동적이다. 카프카와 디아만트가 베를린에 살던 무렵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울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카프카는 소녀를 달래느라 “네 인형은 막 여행을 떠났을 뿐이야. (…) 어제 인형이 내게 편지를 보냈거든”이라는 거짓말을 했고, 그로부터 적어도 3주 동안 정성 들여 ‘대필’한 인형의 편지를 매일 소녀에게 읽어 주었다는 것이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