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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의 폴더 안에 산다

등록 2005-11-10 19:10수정 2005-11-12 00:31

문명의 붕괴<br>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2만8900원
문명의 붕괴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2만8900원
왜 어떤 사회는 붕괴하고 어떤 사회는 살아남았는가? 이웃 나라의 환경파괴 우리 문명 생존과 연결돼 있다
남태평양의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폴리네시아 이스터 섬. 너른 들판에 몇t이나 되는 기이한 거석상과 돌기단을 쌓은 옛 거석문명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그 화려했던 거석문명이 붕괴한 것은 무엇보다 삼림파괴로 시작된 전쟁과 식량부족 탓이었다고, 미국의 생물·지리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말한다. 그리곤 우리 지구의 미래가 장차 이런 이스터 섬의 비극을 닮을지도 모른다며 현대사회에 ‘옐로 카드’를 던진다.

“이스터 섬과 현대 세계는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세계화, 국제무역, 항공기, 인터넷 덕분에 오늘날 모든 국가가 자원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터 섬에서 살았던 11개 부족이 그랬던 것처럼! 지구가 오늘날 우주에서 고립된 것처럼 폴리네시아의 이스터 섬은 태평양에서 고립되어 있었다.”(169쪽) 피신할 곳 없었던 이스터 섬 사람들은 그곳에서 문명의 붕괴를 맞아야 했다.

이제 환경파괴도 세계화하고 있으니 전지구적 환경재앙은 역시 피신할 곳 없는 인류에겐 ‘레드 카드’의 퇴장명령이 될지 모를 심각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터 섬의 역사는 “어쩌면 우리 미래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다이아몬드는 환경재앙과 문명붕괴의 연관성을 탐구한 저서 <문명의 붕괴>(김영사 펴냄)에서 경고한다.

지은이는 역사 속 문명들이 ‘제 무덤을 판’ 생태자살의 유형들을 바탕으로, ‘왜 어떤 사회는 붕괴하고 어떤 사회는 살아남았는가’라는 비교문명사의 관점에서 어제와 오늘의 문명사회를 추적했다. 그리고는 한 사회의 문명붕괴는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적대적 이웃과 우호적 무역국,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의 대응이라는 다섯 가지 요인들에 따라 달라진다고 정식화했다.

그는 여러 문명사회를 탐사한다. 왜 문명의 발달 속도가 대륙마다 달랐는지를 여러 과거 문명들의 역사를 통해 추적한 <총·균·쇠>(1998)에서 그랬던 것처럼, 다이아몬드는 이 책에서도 환경 요인에 따라 흥망성쇠했던 과거 문명의 사례들을 비교·분석했다. 더 큰 거석들을 쌓으려고 경쟁했던 이들이 생태를 파괴하며 비극적 붕괴를 맞은 이스터 섬 외에, 이웃 무역상대국이 환경문제로 붕괴하자 16세기 무렵에 덩달아 몰락한 폴리네시아 핏케언·헨더슨 섬, 인구 과잉과 기후 변화(가뭄)로 붕괴한 미국 남서부 아나사지 원주민사회(12세기),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인구폭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붕괴한 마야 문명 등은 그의 환경파괴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화려한 옛 문명사회들의 환경·생태, 정치제도, 이웃관계, 위기에 대한 사회의 대응 등 ‘입력’ 변수와, 문명 붕괴와 존속의 ‘출력’ 변수들이 비교됐다.

다이아몬드의 관심은 지금의 세계화 시대로 이어진다. 르완다, 도미니크공화국, 중국, 오스트레일리아가 처한 환경문제들에서 예전과는 질적으로 달라진 오늘의 급속한 환경파괴, 대규모화한 환경위기의 실체들 드러내는 그는 위기도 역시 세계화했기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전세계의 붕괴라는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41쪽)고 경고했다.

국토의 5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아 그 안에 사는 모든 이들이 합심해 환경 위기에 대처하는 네덜란드의 사례는 다이아몬드가 제시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네덜란드의 간척된 땅 ‘폴더’ 안에 살며 지난 1천년 동안 적과 동지의 구분 없이 모두가 폴더 안의 물을 빼내는 일을 해왔다는 네덜란드인들의 말은 여러 울림은 전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웠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폴더에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의 생존이 바로 옆 사람의 생존에 달려있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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