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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희곡·가사형식 도입등 ‘다양한 소설 실험’

등록 2005-11-10 19:46수정 2005-11-12 00:33

박금산 <생일 선물>
박금산 <생일 선물>
신예 작가 박금산(33)씨의 첫 소설집 <생일 선물>(랜덤하우스중앙)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이 점은 어찌 보면 기존의 소설 독법에 쉽사리 포착되지 않는 실험의 결과인 것도 같고 달리 보면 단순히 작가의 글쓰기가 서투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 국문과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작가의 이력을 참조하면, 그리고 소설 속에 산발적으로 제시된 정보들을 근거로 짐작해 보자면, 역설적으로 작가가 소설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박금산씨의 소설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소설집 맨 앞에 실린 <맹인식물원>은 신경정신과 의사로 짐작되는 이가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환자가 쓴 희곡 형식의 원고를 소개하고 그에 대해 논평하는 방식을 취했다. 환자의 원고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 ‘조영’과 ‘야앙’은 일찍이 보습학원의 선생과 학생으로 만났다가 연인 사이로 발전한 처지. 대학 1학년인 야앙이 조영을 향해 ‘첫 경험’을 조르고 있는 참이다. 밀고 당기는 두 사람의 입씨름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작가는 환자의 원고 속 인물들의 정신분석과 환자의 정신분석, 더 나아가 화자인 의사 자신의 정신분석까지 중첩시키며 소설을 일종의 미로 찾기에 방불하게 만든다.

표제작 <생일 선물>과 등단작인 중편 <공범>은 각각 실명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생일 선물>의 어머니는 비록 치매는 아니지만 소설의 핵심 모티브를 이루는 둘째아들의 죽음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아귀같은 식탐과 욕설을 과시한다는 점에서는 <공범>의 치매 어머니와 비슷하게 그려진다. <공범>에서 미국에 간 아내가 남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홧김에 치매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뒷처리를 고민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그늘진 기억과 현실의 환상적인 경험이 중첩되면서 죄의식과 복수심의 관계가 천착된다. 4·4조 가사 형식을 차용한 <춤의 결과>나 소설가/시간강사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점묘한 <경계에서 잠들다>와 <일요일 열람실에서>는 작가의 다양한 관심사와 소설 형식에 대한 고민과 모색을 엿보게 한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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