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프레이저 지음, 임옥희 옮김/돌베개·1만8000원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70·뉴욕 뉴스쿨 교수). 그는 뜨거운 논쟁을 피하지 않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이론을 심화해왔다. 주디스 버틀러, 리처드 로티, 아이리스 매리언 영과 벌인 논쟁을 담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그린비, 2016)와 ‘인정 투쟁’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와의 기념비적 논의를 묶은 <분배냐 인정이냐?>(사월의책, 2014)도 중요한 책이다. 하지만 <전진하는 페미니즘>이야말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로서 프레이저의 사상을 가장 뚜렷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1985년부터 25년 동안 쓴 논문을 모은 이 책에서 프레이저는 3막에 걸쳐 60~70년대 이후 ‘제2물결 페미니즘’을 설명한다. 그가 가장 착잡해하는 것은 2막. 20세기 말에 이르러 페미니즘의 변혁 충동이 ‘분배’에서 ‘인정’으로 전환돼 문화정치로 선회했고 계급 불평등, 젠더 부정의, 인종차별 같은 구조적 불평등에 등한했다는 것이다. 프레이저는 페미니즘의 경제적 관심을 부활시키고 문화적 통찰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정치적 관심 또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적 분배, 문화적 인정, 정치적 대표라는 세 가지 전선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1944)을 2010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다시 읽는다. 프레이저가 제안하는 페미니즘의 해방적 기획은 농부, 인종차별 피해자, 피식민자, 원주민 등 “수십억의 인민들”과도 결부된 문제다. 옮긴이 임옥희(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장)는 현재 문화적 인정투쟁 중심으로 벌어지는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활동에서 우려와 가능성을 발견하며, 프레이저의 이론이 품은 동시대성이 새삼 부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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