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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월호’가 가라앉힌 다문화 가정

등록 2017-04-13 19:57수정 2017-04-13 20:13

세월
방현석 지음/아시아·4500원

1천일 넘게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뭍으로 올라왔고, 미수습자 9명의 흔적을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미수습자 9명 가운데 권재근씨와 혁규군 부자가 다문화 가정의 일원이라는 사실, 그들의 부인이자 엄마인 베트남인 판응옥타인(한국 이름 한윤지)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고 다섯살짜리 막내딸만 구조되었다는 사실, 박근혜가 그해 4월17일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았을 때 바로 그 아이와 만나는 ‘연출 사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방현석(사진)의 소설 <세월>은 바로 그 다문화 가정을 통해 세월호 사태를 돌이켜본다. <문학동네> 2015년 가을호에 발표되었던 원고지 220매 분량 중편을 얇은 단행본으로 펴낸 방현석은 12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 집필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1990년대 중반 동료 문인들과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만들었고, 제가 처음 발급받은 비자가 베트남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피해자 중에 베트남 출신 여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아버지와 여동생이 한국에 와서 머무르는 동안 동료들과 함께 그분들을 만나서 약간의 도움을 주기도 했지요. 나중에는 그분들이 사는 베트남 남단 까마우도 방문했고요. 그 과정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거의 사실 그대로 소설로 옮긴 것입니다.”

<세월>은 한국 남자와 결혼한 베트남 여자 린의 아버지인 쩌우의 시점으로 세월호 사태를 바라본다. 귀농차 제주로 가던 딸네 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쩌우는 린의 여동생 로안과 함께 한국으로 온다. 다행히 외손녀는 구조되었지만, 딸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고 사위와 외손자는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상태로 1년 넘는 세월이 흐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맞선 해방전쟁 전사로 싸웠던 쩌우의 청년 시절이 회고되며, 한국과 베트남을 막론하고 물질중심주의 물결에 인간적 가치가 훼손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비판적 관찰이 곁들여진다. 광화문광장에서 농성하는 세월호 유족을 향해 ‘수억원씩 준다는데도 더 받아먹으려 한다’고 비난하는 한국 노인, 그리고 딸을 잃고 상심한 어머니에게 ‘돈 보내주는 기계가 고장 나서 어떻게 하느냐’는 막말을 내뱉은 베트남인들은 그처럼 변하고 훼손되는 가치와 세태를 대변하는 셈이다.

“세월호 사태를 통해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시대의 의미를 살펴보고 싶었어요. 가난하다거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슬픔마저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두 개의 공간, 그리고 베트남전쟁기와 현재라는 두 시간대를 통해 아시아적 삶의 전통과 가치를 되새겨 보고도 싶었습니다.”

글·사진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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