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미 지음/문학동네·1만3500원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2013)의 작가 손보미(사진)는 젊은작가상과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받은 문단의 기대주다. 그의 첫 장편 <디어 랄프 로렌>은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삶을 추적하는 한국인 유학생을 등장시킨 소설이다. 주인공 종수는 미국 유학 9년 만에 물리학과 대학원 지도교수한테서 내침을 당한 뒤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까맣게 잊고 있던 편지 하나를 발견한다. 6년 전에 받고서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었던 그 편지는 고교 시절 여자친구 수영이 청첩장과 함께 보낸 메모였다. “디어 종수, 나는 아주 잘 지내. 곧 결혼식을 올릴 거야. 나는 무척 행복해. 너도 잘 지내길 바란다.” 고교 시절 속옷과 액세서리에서 겉옷과 신발 등 랄프 로렌의 온갖 제품을 ‘컬렉션’처럼 사 모으던 수영은 코트를 사고자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이 회사에서 만들지 않는 시계를 제조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영어로 번역해 달라며 종수에게 접근한다. 소설은 종수가 수영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편지를 핑계로 만남을 이어 갔던 십수년 전 서울 강남의 여름 두어달과, 뒤늦게 수영의 청첩 편지를 ‘발견’한 그가 랄프 로렌의 흔적을 좇는 미국의 1년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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