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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단독] 손수 글 쓰고 그림·제본도…권정생 수제 동시집 더 있다

등록 2017-05-04 15:12수정 2017-05-04 21:41

오소운 목사가 소장하고 있던
‘산비둘기’ 유일본 출간 예정
미출간 동화집 ‘복사꽃 외딴집’도 나와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 표지.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 표지.
<강아지똥>, <몽실언니> 같은 동화로 잘 알려진 권정생(1937~2007)은 동시도 썼다. 나중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유명해진 <강아지똥>도 처음에는 동시로 쓴 작품이었다. 1988년 지식산업사에서 나온 생전의 유일한 동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에는 동시 80편이 실렸다. 또 다른 동시집 <삼베 치마>(문학동네, 2011)는 그의 사후 유품을 정리하던 과정에서 발견한 육필 시집을 정식 출판한 것이다. 1969년 <기독교교육>에 동화 ‘강아지똥’이 당선되기 전인 1964년 권정생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데다 제본까지 한 수제 책이었다. 이듬해 역시 문학동네에서 나온 동시집 <나만 알래>는 <삼베 치마> 수록작 98편 가운데 42편을 고르고 그림을 곁들여 내놓은 책이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과 <삼베 치마> 두 시집으로 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권정생의 동시가 추가로 확인되어 정식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삼베 치마>와 마찬가지로 권정생이 직접 글씨를 쓰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가 하면 색종이를 오려 붙여 삽화 작업을 한 수제 책 <산비둘기>가 그것. 책 뒤쪽에 “만든 때 1972년 6월, 만든 이 권정생”이라는 서지사항이 친필로 적힌 이 책은 1972년 7월 권정생한테서 이 책을 기증받은 오소운 목사가 2013년 자신의 블로그에 이 책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참꽃’.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참꽃’.
오 목사에 따르면 당시 경북 안동의 여름성경학교 교사 강습회에 강연차 갔던 오소운 당시 장로를 권정생이 찾아와 종이에 싼 책 한권을 주더라는 것. ‘권정생 동시집 산비둘기’라는 표지 아래 표제작 등 동시 25편이 실린 수제 책이었고, 책과 함께 이런 메모가 들어 있었다.

“이 책은 이 세상에 단 두권밖에 없는 저의 첫 작품집입니다. 종이 석 장으로 맨 책에 3색 사인펜으로 직접 시를 쓰고, 색종이 몇 장으로 모양을 냈습니다. 하나는 제가 보관하고 하나는 존경하는 오소운 장로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역시 수제 책인 <삼베 치마>보다 8년 뒤의 일이지만, 권정생이 그 시점에 이 책을 자신의 첫 시집으로 여겼으리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당시는 <삼베 치마>가 책으로 정식 출판되기 전이었고, 거기에 실렸던 시 ‘맘속에 계셔요’는 ‘마음속에 계셔요’라는 제목으로 <산비둘기>에 다시 포함됐다. <산비둘기>에 실린 25편 가운데 ‘매미’, ‘참꽃’, ‘달님’, ‘싸리비’는 같거나 비슷한 제목으로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에 포함되었다.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봄비’.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봄비’.
“비 오는 날/ 두꺼비 한 마리가/ 아픈 엄마 약 지으러/ 헐레벌레 간다.”(‘두꺼비’ 전문)

“산은/ 겨울에도 춥지 않고// 함께/ 어긋마긋 손 잡고// 엄마가/ 없어도// 푸르게/ 푸르게/ 키가 자란다.”(‘산’ 전문)

<산비둘기>에는 어린이를 닮아 티없이 맑고 순수한 심성과 함께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아울러 기독교인으로서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표현한 작품들도 눈에 뜨인다. 내용에 못지않게 단정한 색연필 글씨와 알록달록 귀여운 그림과 색종이 작품 역시 지은이의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짐작하게 한다.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두꺼비’.
권정생 수제 시집 <산비둘기>에 실린 ‘두꺼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을 역임한 안상학 시인은 “권정생 선생님의 유품에서는 수제 시집 <산비둘기>를 찾지 못했다. 유일본 소장자인 오소운 목사님의 도움을 얻어 수제 시집 자체를 영인본으로 낼지 아니면 이 책에 수록된 시 25편과 선생님 일기에서 새로 확인한 미발표 시 7편 등을 추가해 세번째 동시집을 묶어 낼지 재단 및 출판사 쪽과 협의 중”이라며 “책이 나온다면 탄생 80주년인 9월10일 즈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정생이 생전에 잡지에 발표했으나 책으로 묶이지는 않은 단편동화 4편을 묶은 동화집 <복사꽃 외딴집>도 다음주에 단비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1973년 잡지 <새생명>에 발표한 표제작을 비롯해 ‘멍쇠네 부엌솥’, ‘돌다리’, ‘우리들의 고향’ 등 단편동화 4편이 실린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안상학 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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