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시비텔로 지음, 최정희·이영미·김소영 옮김/린·2만3000원 음식은 오늘날 그 어느 분야보다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주제다. 쏟아져나오는 다양한 음식 관련 책 가운데 2008년 미국에서 초판이 나온 <인류 역사에 담긴 음식문화 이야기>(원제 Cuisine & Culture)는 인류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음식 문화를 살펴본다는 점에서 음식사 교과서 같은 책이다. 음식사를 전공한 전문 연구자가 써,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책은 인류 역사의 흐름을 따라 ‘열 가지 코스’(원작은 열두 가지)로 구분되어 있는데, 지구촌 각 지역의 선사시대 음식 문화를 다룬 첫번째 코스부터 미처 몰랐던 사실들이 쏟아진다. 인류가 불을 쓰게 되면서부터 조리 행위가 발달했다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원시인들이 짐승의 뼈를 깨뜨려 그 속에 든 골수를 파먹을 정도로 골수를 좋아했다”거나, “인류가 유목을 계속했다면 긴 발효 과정이 필요한 와인을 먹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들은 새롭다. 메소포타미아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물에 탄 와인의 유통에 대한 경고와 이런 죄를 저질렀을 때 익사형에 처한다는 벌칙도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 상한 고기의 맛을 감추기 위해 향신료를 사용했다는 속설은 사실이 아니다. 향신료를 쓸 수 있던 상류층은 고기 역시 신선한 상태로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아메리카 대륙에서 번창했던 잉카제국에는 개인의 토지소유권이 없었고 정부가 무슨 작물을 어디에 재배할 것인지까지 결정했다. 이들은 냉동건조법으로 감자를 저장하는 등 뛰어난 문명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이들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고, 남미 토착민들의 채식 위주 식단을 고지방 육류 위주로 바꾸는 등 두 대륙의 음식 문화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빵은 굶주림 때문에 터져나올 수 있는 민중 폭동을 막아주는 공공서비스와 다름없어서, 아예 경찰이 생산과 공급을 통제했다고 한다. 혁명이 ‘왕의 시대’를 끝낸 뒤에는 ‘잘 먹기’를 욕망하는 부르주아들이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날 ‘레스토랑’과 ‘메뉴’ 등 현대식 식문화의 기초가 됐다. 지은이는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중국·인도·아메리카·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과 종교개혁, 계몽운동과 세계대전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과 음식 문화의 관계를 두루 훑는다. 음식 문화에 대한 역사적 기록 등을 살펴본 내용들도 흥미롭다. 서기 1세기께 로마에서는 아피키우스가 <요리에 대하여>를 썼는데, 이를 통해 당시 로마의 식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인류 최초로 인쇄된 요리서로 꼽히는 1474년 이탈리아의 바르톨로메오 플라티나의 <정직과 탐닉과 건강에 대해서>가 나오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1651년 프랑스에서는 드 라 바렌이라는 요리사가 <프랑스 요리> <프랑스 제과> 등의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으로 중세 요리는 종말을 맞고 최고급 코스 요리를 가리키는 ‘오트 퀴진’이 시작됐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