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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든 민주주의의 민주화 ‘절대민주주의’

등록 2017-05-18 19:39수정 2017-05-18 20:25

절대민주주의-신자유주의 이후의 생명과 혁명
조정환 지음/갈무리·2만5000원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이에 대한 분노가 ‘촛불혁명’이 되고, 촛불혁명은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스스로 주권자라 자임하는 ‘국민’이, 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정치적 직접행동 등의 직접민주주의뿐 아니라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보듯 그동안 ‘민의를 왜곡한다’는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었던 대의민주주의까지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촛불혁명이 ‘명예혁명’이란 평가도 나왔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꾸려진 지금, 주권자의 의지는 어디로 가야 할까? 또다시 대의민주주의란 길을 따라 누군가에게 다시 위임되어야 하는 걸까?

‘자율주의’에 뿌리를 두고 현대 자본주의의 양태와 이에 저항하는 ‘다중’의 움직임을 연구해온 조정환(61, 갈무리 대표)씨가 펴낸 <절대민주주의>는 새로운 사유에 따라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지은이는 지난 촛불혁명 때 주권자인 ‘국민-다중’이 보여준 모습을 “대의민주주의마저 민주화한” ‘절대민주주의’라고 풀이한다. “거대한 민주주의적 집회가 자신으로부터 분리된 대의민주주의를 견인하여 다중의 명령에 복종하는 장치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민주정을 절대적인 정치체제로 본 바뤼흐 스피노자로부터 ‘절대민주주의’ 개념을 착안했다.

<절대민주주의> 지은이 조정환 갈무리 대표.
<절대민주주의> 지은이 조정환 갈무리 대표.
먼저 지은이는 ‘생명’에 대한 논의로 ‘절대민주주의’의 존재론적 토대를 다진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민주주의를 ‘통치’ 차원의 문제로 인식”했던 역사를 극복하고, 생명을 민주주의의 잠재력으로 정초하겠다는 철학적 시도다. 생명을 “약동하는 창조적 지속”으로 파악한 앙리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가 주된 참조점인데, 지은이는 이를 통해 “자본·권력·축적의 메커니즘에 포섭된 생명을 창조·자율·혁명의 운동 속에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자본이 다중의 삶을 포획하는 세계화와 이에 맞서 대안적인 세계화를 모색하는 혁명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절대민주주의’ 개념은 촛불혁명을 자세히 다룬 마지막 장에서 좀 더 명확해진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에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라는 세 개의 각축하는 제도들이 섞여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서 문제는 군주제를 견제하는 헌법적 권력이 국민(민주제)이 아닌 국회(대의제)에 주어져 있다는 것이다. 헌법 자체에 “민주적 잠재력과 군주적 현 실태 사이의 간극”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런데 촛불혁명은 ‘아래로부터 명령’으로 대의제를 움직여 주권자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절대민주주의’의 지평을 열었다.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절대민주주의’를 단지 ‘비상 브레이크’로만 발동할 것이 아니라, 주권자의 ‘자기 통치’를 위해 일상 속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된 주장이다. ‘절대민주주의’의 가치에 충실하다면,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완하는 것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모든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촛불다중혁명이 가리키는 이정표”라고 말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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