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희 지음/행성B잎새·1만5000원 아버지의 삶을 통해 그 세대의 가부장을 들여다본 장편 다큐멘터리 <아버지의 이메일>(2012)을 만든 영화감독 홍재희. 영화와 같은 제목의 책(2015, 바다출판사)을 썼던 그가 두번째 책을 펴냈다. “퇴행하는 한국 사회를 향해 정면으로 카메라를 든 독립영화 감독” 6명(경순, 이길보라, 주현숙, 김경묵, 이영, 황윤)을 인터뷰한 내용이 바탕을 이룬다. <그건 혐오예요>에서 지은이는 ‘혐오’라는 단어를 가운데 두고 자신의 체험과 생각을 씨줄 삼고, 인터뷰이 감독들 각자의 문제의식을 날줄 삼아 촘촘하게 이야기를 교직했다. 여성, 정치, 성소수자, 장애인 혐오 등에 대한 직설과 은유의 말들이 뜨겁고도 섬세하다. 가부장제 모순을 파고들어 온 경순 감독은 여성 안에도 여성 혐오가 있다며 “여성이 자기 성을 혐오하는 상태에서 매춘을 노동이라고 인식한다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청각장애인 부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이길보라 감독은 “(세상이)비장애인-이성애자 남성 중심으로 그렇지 않은 나머지를 솎아 내 남김없이 쳐냄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 지속해왔다”고 일갈한다. 이주민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어온 주현숙 감독은 “기존 정치에 대한 혐오를 다른 이들,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것으로 돌리”는 풍토를 비판하며 사회가 보수화되고 경제상황이 나빠질수록 이주민 혐오가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인 김경묵 감독은 “타자가 되는 경험은 결국 상처를 받아보는 일”이라고 말한다. 성소수자 혐오 세력을 추적한 이영 감독은 “차별의 논리는 대상을 바꿔 가며 확장된다”고 밝혔고 환경·생태·생명에 관심을 기울여온 황윤 감독은 “우리가 동물임을 잊지 않을 때 많은 지배-피지배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하리라” 내다봤다. 단단한 논리, 집요한 설득, 솔직하고 담백한 글로써 이야기를 빛나게 한 지은이야말로 ‘작가의 발견’이란 느낌을 준다. 홍 감독은 “해괴한 논리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무섭다”면서도 “세상에는 자신의 것을 나눠 세상에 빛을 주고 타인의 힘을 북돋워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내겐 그런 존재”라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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