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기에 연구서 ‘…문학과 사상’ 나와
‘희생양 예수’ 죽음·부활 구조와 유사
기독교 아나키즘과 에코아나키즘으로
‘희생양 예수’ 죽음·부활 구조와 유사
기독교 아나키즘과 에코아나키즘으로
엄혜숙 지음/소명출판·2만3000원 대표작 <강아지똥>과 <몽실언니>를 비롯해 권정생(1937~2007)의 동화를 관류하는 주제가 ‘죽음’이며 그 바탕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기독교적 서브텍스트(내재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어린이문학 연구자 엄혜숙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사는 자신의 2010년 인하대 박사학위 논문을 손보아 낸 책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그는 “(권정생이) 기존의 아동문학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던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등장시키고 그것을 깊이 천착함으로써 (…) 기존 아동문학의 동심천사주의적인 경향을 벗어나 아동문학의 외연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던져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온전히 새로운 ‘생명’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권정생 문학에 나타난 죽음이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고자 했던 ‘희생양 예수의 죽음’이 음각화로 존재”한다고 파악했다. 권정생의 10주기(5월17일)에 맞추어 나온 <…문학과 사상>은 권정생의 산문 문학 작품들을 초기(1969~1980), 중기(1981~1990), 후기(1991~2007) 세 단계로 나누어 죽음이라는 단일 테마가 어떻게 변화 발전하는지를 탐구했다. ‘강아지똥’을 비롯한 단편동화를 주로 썼던 초기에는 기독교 실존주의의 면모가 승했고, 소년소설과 소설을 많이 썼던 중기에는 기독교 아나키즘이 두드러졌으며, 판타지 작품에 주력한 후기에는 에코 아나키즘(생태 무정부주의)으로 나아갔다는 것이 지은이의 판단이다. “너의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 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예쁜 꽃을 피게 하는 것은 바로 네가 하는 거야.”
권정생 선생이 생전에 기거했던 단칸방에서 책을 읽고 있다.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은 그의 문학을 관류하는 주제로서 기독교적 죽음과 부활에 주목한 연구서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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