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패션 인문학’ 책 펴낸 , 임성민 박사
<지식인의 옷장-알고 입는 즐거움을 위한 패션 인문학>.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패션과 나’란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임성민(42)씨가 지난 2월 펴낸 책이다. 책이 나온 지 두달도 안 돼 3쇄를 찍었다고 했다. 저자는 책에서 ‘패션을 알아야 소통에 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 읽기엔 패션이 짱”이란다. 저자를 지난 19일 서울 이태원역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책 목차에서 패션을 판타지, 여자, 물결, 반항, 돈, 이름, 궁합이라는 7개의 단어와 등치시켰다. 2012년부터 경희대에서 가르쳐온 강의록을 정리했다. 그에게 패션은 무엇보다 판타지다. 그래서 패션은 가볍고 유동적이다.
“패션은 ‘나쁜 거, 좋은 거’라는 개념이 없어요. 전쟁이 나쁘다는 걸 알지만 밀리터리룩을 입죠. 꽃과 나치 문양을 같이 쓰죠. 패션은 가볍게 접근하는 겁니다.” 그는 “패션이 의미가 없고 가벼워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고 했다.
이는 이른바 ‘패션 피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과 맥이 닿는다. “변화에 익숙하고 변화가 없으면 못 참는 그런 사람이 바로 패션 피플이죠. 쉽게 그리고 재밌게 할 수 있는 변화가 바로 패션입니다. 그 변화의 재미를 아는 사람이 패션 피플이 되는 것이죠.”
패션 피플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예 하나를 들었다. “(패션 피플은)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커피 넉 잔을 사오게 했는데, 자기 것만 따듯한 걸 사왔다고 기분이 나빴다는 그런 사연을 방송에서 들었어요. 그런 작은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그게 바로 촌스러운 것이죠. 내가 이걸 입고 가면 사람들 반응이 이러하겠다고 미리 예측해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경희대 ‘패션과 나’ 강의록 모은
‘지식인의 옷장’ 두달 안돼 3쇄
판타지 등 일곱 단어로 패션 풀이
“패션은 의미없고 가벼워
그래서 힐링, 에너지 된다” 영화의상 참여…가방회사 운영한 적도 한국인들이 차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너 변했어’란 말을 가장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변화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옷 잘 입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패션 피플이 늘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 늘었죠. 실제 한국 패션 하면 해외에선 기업보다는 한국 소비자를 떠올립니다. 한국인들이 유행을 잘 따르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일본 사람들 하면 옷 독특하게 입는다’는 것처럼요. 한국 가면 옷을 다 잘 입는다고 생각하죠.” 그는 경희대 의상학과 94학번이다. 석·박사도 경희대에서 마쳤다. 영화의상 전문회사 ‘씨네엔패션’(CNF)에서 <살인의 추억>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하기도 했고 독일 아티스트 보리스 호페크와 손을 잡고 직접 패션가방 전문회사를 만들어 1년가량 꾸린 경험도 있다. 지금은 대학 강의를 하면서 브랜드 컨설팅 일도 하고 있다. 박사 논문은 유행 추종 현상을 사회적 마조히즘 시각에서 검토했다. “즐거이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런 현상을 분석했죠. 제가 박사 논문을 쓰던 당시가 그런 현상이 시작된 시기였어요.” 설명이 이어졌다. “90년대까지는 패션의 콘셉트가 있었어요. 2000년대 들어선 유행을 좇는 게 유행이 되었지요.” ‘자라’나 ‘유니클로’와 같은 이른바 ‘스파 브랜드’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색깔은 없고 유행하는 상품만 파는 회사들이죠. 자라 매장은 팔리지 않는 옷은 1주 안에 철수합니다.” 이런 추세는 세계 부호의 지도도 바꿔놓았다. 자라 창업자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호 명단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세계적 명품 그룹 ‘모에 에네시 루이 뷔통’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10위권 바깥으로 밀렸다. 그는 유행 추종 현상의 한 예로 젊은 여성의 긴 머리를 예로 들었다. “긴 머리는 90년대엔 청순가련형의 심벌이었죠. 지금은 여학생들 머리가 다 길어요. 왜 긴 머리냐고 물으면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해요.” 그는 덧붙였다. “짧은 머리보다는 긴 머리가 따라 하기가 쉬워요. 뒤에서 보면 깜짝 놀랍니다. 누군지 알 수 없어요. 밥을 먹을 때나 더울 때, 불편해도 묶지도 않아요.” 그는 이를 두고 서로 비슷해지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조금 더워지면 바지는 짧아지고 머리는 치렁치렁합니다. 긴 머리가 동질성 추구의 수단이 됐죠. 5~6년 전부터 그런 것 같아요.” 왜 따라 할까? “불안할 때는 남 따라 하는 게 짱이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요즘 학생들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요.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면 그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로 오죠. 자기가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더 위축되고, 그래서 비슷하게 보이려 하는 것 같아요.” 패션을 꼭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 수강생의 얘기를 들려줬다. “뚱뚱한 여학생이었죠. 속마음은 진짜 여성스런 느낌을 좋아하고 자신이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옷은 일본 하라주쿠 스타일처럼 독특한 느낌의 옷을 입었어요. 주변 남학생들은 이 학생의 옷차림을 보고 어떤 장난이라도 받아줄 것이라고 오해를 했죠. 여학생이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미혼인 그는 다음 책은 청소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소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청소를 하다 보면 주변 상황에 대한 제 영향력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임성민 박사.
‘지식인의 옷장’ 두달 안돼 3쇄
판타지 등 일곱 단어로 패션 풀이
“패션은 의미없고 가벼워
그래서 힐링, 에너지 된다” 영화의상 참여…가방회사 운영한 적도 한국인들이 차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너 변했어’란 말을 가장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변화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죠.” 하지만 세계적으로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옷 잘 입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 패션 피플이 늘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이 늘었죠. 실제 한국 패션 하면 해외에선 기업보다는 한국 소비자를 떠올립니다. 한국인들이 유행을 잘 따르고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일본 사람들 하면 옷 독특하게 입는다’는 것처럼요. 한국 가면 옷을 다 잘 입는다고 생각하죠.” 그는 경희대 의상학과 94학번이다. 석·박사도 경희대에서 마쳤다. 영화의상 전문회사 ‘씨네엔패션’(CNF)에서 <살인의 추억> 등의 스타일리스트로 참여하기도 했고 독일 아티스트 보리스 호페크와 손을 잡고 직접 패션가방 전문회사를 만들어 1년가량 꾸린 경험도 있다. 지금은 대학 강의를 하면서 브랜드 컨설팅 일도 하고 있다. 박사 논문은 유행 추종 현상을 사회적 마조히즘 시각에서 검토했다. “즐거이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유행을 따르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그런 현상을 분석했죠. 제가 박사 논문을 쓰던 당시가 그런 현상이 시작된 시기였어요.” 설명이 이어졌다. “90년대까지는 패션의 콘셉트가 있었어요. 2000년대 들어선 유행을 좇는 게 유행이 되었지요.” ‘자라’나 ‘유니클로’와 같은 이른바 ‘스파 브랜드’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색깔은 없고 유행하는 상품만 파는 회사들이죠. 자라 매장은 팔리지 않는 옷은 1주 안에 철수합니다.” 이런 추세는 세계 부호의 지도도 바꿔놓았다. 자라 창업자 스페인의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세계 부호 명단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세계적 명품 그룹 ‘모에 에네시 루이 뷔통’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10위권 바깥으로 밀렸다. 그는 유행 추종 현상의 한 예로 젊은 여성의 긴 머리를 예로 들었다. “긴 머리는 90년대엔 청순가련형의 심벌이었죠. 지금은 여학생들 머리가 다 길어요. 왜 긴 머리냐고 물으면 자기한테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해요.” 그는 덧붙였다. “짧은 머리보다는 긴 머리가 따라 하기가 쉬워요. 뒤에서 보면 깜짝 놀랍니다. 누군지 알 수 없어요. 밥을 먹을 때나 더울 때, 불편해도 묶지도 않아요.” 그는 이를 두고 서로 비슷해지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조금 더워지면 바지는 짧아지고 머리는 치렁치렁합니다. 긴 머리가 동질성 추구의 수단이 됐죠. 5~6년 전부터 그런 것 같아요.” 왜 따라 할까? “불안할 때는 남 따라 하는 게 짱이죠. 그래야 마음이 편해요. 요즘 학생들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봐요.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면 그 화살이 자기 자신에게로 오죠. 자기가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더 위축되고, 그래서 비슷하게 보이려 하는 것 같아요.” 패션을 꼭 알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 수강생의 얘기를 들려줬다. “뚱뚱한 여학생이었죠. 속마음은 진짜 여성스런 느낌을 좋아하고 자신이 그렇게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옷은 일본 하라주쿠 스타일처럼 독특한 느낌의 옷을 입었어요. 주변 남학생들은 이 학생의 옷차림을 보고 어떤 장난이라도 받아줄 것이라고 오해를 했죠. 여학생이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미혼인 그는 다음 책은 청소에 대한 내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청소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청소를 하다 보면 주변 상황에 대한 제 영향력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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