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학 분야에 큰 발자취를 남긴 윤진호 인하대 교수의 1주기를 맞아 추모집 <노동 현실과 희망 찾기>(한울엠플러스)가 나왔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1주기 추도식과 함께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추모집은 고인이 주로 활동했던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이사장 변형윤)가 주도해 펴냈는데, 한국의 노동 현실을 다룬 글 15편을 묶었다. ‘고용 불안과 근로빈곤의 실상’, ‘노사 관계의 변화’, ‘노동시장의 현실과 대응’ 등의 목차에서 볼 수 있듯, 고인이 학자로서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던 주제들을 필자 15명이 나눠 깊이 있게 다루는 방식으로 고인을 기렸다. 정일용 사회경제연구소장, 유지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위원장, 조흥식 서울대 교수가 추모사를 썼다. 추모집은 이후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연구총서’로 다듬어져 발매할 예정이다.
고인은 한평생 노동문제에 매진하며 저서 25권, 단행본 수록 글 22편, 논문 39편 등 방대한 연구업적을 남겼으나, 지난해 6월15일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의 불안정 취업층에 관한 연구’(1990년)는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의 저임과 고용 불안정성의 문제를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기한 선구적이고 기념비적인 연구”(정일용 소장)로 꼽힌다. 병석에 눕기 전까지 15년 동안 진보 경제학회인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학회의 활동을 이끌기도 했다.
노동운동에 품은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현장과 끊임없이 교감해 노동계에서도 존경을 받았다. 유지현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권위주의 시절 노동자의 권리가 탄압을 당하던 때부터 함께 노동자의 편에 서주셨고, 산별노조가 생소한 시절부터 초기업 노사관계와 산별운동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우리를 이끌어줬다”고 전했다. 고인의 오랜 친구인 조흥식 교수는 “노동자와 함께한 진정한 노동자의 벗이자, 노동경제학과 노사관계학에 관한 한 위대한 진보 학자이자 큰 스승”이라고 평가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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