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진영에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두 남자. 최근 이들의 생각을 드러낸 책을 보면 당혹스럽습니다. 먼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의 <남자마음설명서>(2007). ‘허리를 숙였을 때 젖무덤이 보이는 여자’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등을 호감형으로 꼽습니다. 그외에도 성차별적 대목들이 문제가 되어 여성운동계가 정부에 인사의 성평등 관점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또 한 사람,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보수·진보 양쪽에서 존경받아온 인권법학자입니다. 정도는 덜하지만 그의 책 <남자란 무엇인가>(2016)도 젠더 관점이 문제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14일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남성 지배 체제’를 비판하려는 맥락에서 쓴 표현들이라 밝혔고, 실제로 그렇게 읽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남성 성욕을 본질로 보거나 여성을 대상화하면서 성별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등 불편한 부분이 여럿 눈에 띕니다. 주디스 버틀러, 시몬 드 보부아르, 레베카 솔닛, 김형경, 권인숙 등 국내외 여성학자와 작가들의 글 인용도 맥락적 쓰임을 더러 이해하기 쉽지 않더군요.
‘경상도 출신의 한 남성 원로’가 가진 성 인식이라며 연배 중 그나마 ‘자유로운 영혼’이라 평할지 모르겠지만, 법무부 장관일 땐 문제가 다릅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시절처럼 성추행 검사를 ‘남성연대’로 감싸안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성평등 걸림돌’에 여전히 검사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성폭력 수사 때도 성차별적 관념이 문제가 되어 검찰의 성 인식이 무수히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여성운동계와도 뜻을 같이해온 두 남성인지라 더욱 ‘브루투스, 너마저’ 싶은 배신감이 드는 것이죠. 물론 갑자기 페미니스트가 된 척하는 정치인들, 언론도 자유롭진 않겠습니다만.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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