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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명언에 켜켜이 쌓인 깨달음의 지층들

등록 2017-06-22 18:43수정 2017-06-22 19:02

잠깐 독서
별별명언 -서양 고전을 관통하는 21개 핵심 사유
김동훈 지음/민음사·1만5500원

‘너 자신을 알라’ ‘시작이 반이다’ ‘시간은 돈이다’….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낯익은 명언들이 고전학자 김동훈의 사유를 통해 낯설고 새롭게 말을 걸어온다. <별별명언>은 네이버 오디오클립 강의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내용에 살을 붙여 묶은 것이다. 그리스와 로마시대 사상가들의 철학에 뿌리를 둔 명언 21개를 골라 그 말들을 둘러싸고 퇴적된 삶과 문학, 역사를 넘나들면서 건져낸 사유의 재미와 깊이가 놀랍다. 영화와 시, 들국화와 리쌍의 노래 가사까지 지은이의 안내를 따라가다보면, 명언에 담긴 성찰과 사연들이 가슴 속으로 꽂힌다.

가령 ‘사랑받기 원한다면 사랑하라’는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은 러시아 혁명시인 마야콥스키가 23살에 연인에게 쓴 사랑의 시 <척추피리>를 거쳐 라캉의 욕망이론으로 걸러진다. 사랑하면 왜 불안해질까. 사랑받기는 ‘타자의 욕망’에 나를 맞추는 행동이고 사랑의 대상이 되려는 욕망이기 때문이다. 혁명의 상징이자 사랑에 집착했던 마야콥스키가 결국 소련 혁명에 실망하고 “릴리, 날 사랑해주오”라는 글을 남기고 자살한 것처럼. 사랑을 ‘하는’ 자가 될 때야 주체는 자유로워진다. “혁명만이 아니라 사랑도 노예근성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도, 혁명도 자유를 향해야 한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예언자 오라클을 만날 때 마주치는 명언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인데, 괴물의 삶을 살 것인지 자신의 운명에 집중하는 온전한 피조물이 될 것인지를 묻고 있다. 지은이는 명언의 힘은 “사람을 변신시키는 힘”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고른 명언을 겹겹으로 벗겨보니 남는 것은 성숙, 함께, 생각, 새로움이었다고도 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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