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박경미 지음/한티재·1만4000원 “주님이시여, 당신께서는 우리들의 지배자나 위정자들에 통치권을 주셨습니다. 당신께서 저들에게 주신 통치권이기 때문에 저들을 따르겠습니다. 바로 당신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로마교회의 감독 내지는 장로였던 클레멘트가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당시 젊은 평신도들이 장로 몇을 몰아냈는데, 클레멘트는 초대 교회에 보낸 이 서신에서 ‘순복하라'고 권면하고 있다. 신약성서 학자인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가 쓴 <시대의 끝에서>는 지금 우리 교회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성찰과 묵상으로 되묻고 있다. 성서와 역사를 가로지르면서 그가 화두로 붙잡은 것은 ‘시대의 끝', 바로 종말론적 성찰이다. 끝을 인식해야 현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존재의 끝에서” “모든 존재의 근원, 중심과 만날” 수 있고, 그곳에 가서야 “모든 생명은 관계성 안에서 존재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부활, 재림, 심판 등 기독교의 서사와 진리 그리고 윤리는 끝이 있기 때문에 도드라진다. 사실 성서가 그린 역사도 그래 왔다. 제국의 침략과 가신들의 수탈, 이에 대한 예언자들의 분노와 심판의 선언이 이어졌다. 즉 종말에 대한 어두운 환상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세계의 희망이 있었다는 것이다. 시대의 끝은 반대로 새 시대의 시작이다. 클레멘트의 편지는 제도로서 교회에 갇혀 있었다. 위험하지 않고 순복하는 길이다. 반면 성서는 항상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의 끝과 그 이후를 바라보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묵시록의 상상력은 역사 속에서 패배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상 제도 교회의 딱딱하게 굳은 표면 아래 흐르면서 용암처럼 분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오래된 상상력이야말로 교회를 교회이게 하는 힘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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