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원 엮음/그린비·1만2000원 세월호 참사 뒤에 열린 집회에서, 딸을 잃은 유가족 유경근씨는 “대한민국을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나라냐”는 한탄을 넘어 “과연 나라는 어떠해야 하느냐”고 물은 유씨의 말은 학술 기획에도 원천을 제공했다. 2015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라는 제목의 연구기획팀을 꾸린 것이다.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기획팀이 2016년 <한겨레>에 연재한 내용과 2017년 열었던 좌담회 내용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기획자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서론에서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를 통해 희생된 수많은 넋들을 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구성원인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가치는 어떤 것이며, 이런 가치에 기반을 둔 ‘공공의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담았다”고 밝혔다. 복지, 정치, 사회, 한미관계, 도시, 비정규직 등 다양한 영역에서 뿌리 깊은 고민을 이어온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꼭지를 맡아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는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기업의 통제를 통한 복지국가 실현”, “보수 독점의 정치구조 해체”, “사회주의의 재발명을 통한 사회 복원”, “이윤보다 권리가 앞서는 노동”, “직접민주주의를 기반으로 삼는 환경” 등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심층적 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쏟아진다. 좌담회에서는 ‘생명’과 ‘평화’라는 가치가 논의된다. 정치공동체는 단일한 하나가 아니며 그것이 추구해야 할 ‘공공의 것’도 하나의 길로만 모이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가 답이 아닌 물음인 까닭이다. 에필로그를 맡은 조성택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장은 “이 책의 여러 논의들이 새 나라를 여는 출발점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끝맺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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