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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당은 ‘자주적 근대화’ 아니라 외세 힘 원했다

등록 2017-06-29 20:05수정 2017-06-29 20:45

개화당의 기원과 비밀외교
김종학 지음/일조각·3만5000원

개화당에 대한 기존 통설은 이렇다. “개화당은 조선의 자주적 근대화를 위해 결성된 단체이고, 이들의 뿌리는 실학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들 가운데 김옥균 등 급진파가 추진한 갑신정변의 실패로 몰락했다.”

김종학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쓴 책 <개화당의 기원과 비밀외교>에서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개화당은 외세의 힘을 빌려 조선 사회의 근본적 혁신, 특히 신분제 개혁을 이루려고 했던 비밀결사였다.” ‘자주적 근대화’와는 전혀 다른 목표를 품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조선을 비롯한 중국·일본·영국·미국·프랑스의 외교문서와 개인기록 등 1차 사료들을 파고들어 개화당의 실제 얼굴을 밝혀내려고 했다.

베이징 주재 영국공사관의 서기관 윌리엄 메이어스의 보고를 보면, 1874~75년 사이 한 조선인 역관이 세 차례나 영국공사관을 비밀리에 방문해 ‘유럽 열강이 군대를 동원해 조선을 침략해달라’는 취지의 “기묘한 희망”을 피력했다. 지은이는 이 사람이 개화당의 주역으로 꼽히는 오경석(1831~79)이라고 주장한다. 오경석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체결 당시에도 조선의 내부 사정을 일본 쪽에 알리고 조약문을 일본에 유리하도록 설명하는 등의 행적을 보였다고도 주장한다.

그의 행적이 중요한 이유는 개화당의 기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학설은 박영효의 말에 따라 ‘연암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의 문하에서 개화당이 만들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했지만, 지은이는 이 점을 부인한다. 오경석의 아들인 독립운동가 오세창의 증언을 보면, 오경석이 중국에서 배워온 신사상을 유대치에게 전했고, 이들이 1871년 신미양요 무렵 김옥균을 포섭한 일을 개화당의 첫 결성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상적 계보도 박지원이 아닌 초정 박제가에 닿는다. 오경석은 박제가를 숭상했으며, 서얼 출신이었던 박제가의 조선 사회 신분제에 대한 비판 의식은 박규수보다 훨씬 더 과격했다. 정리하자면, 개화당의 핵심 사상은 조선 사회를 갈아엎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이었으며 그 배경에는 신분제로 대표되는 조선 사회에 대한 기술직 중인들의 불만이 있었다.

그렇다면 위정척사파와 개화파를 나누고, 개화파를 다시 온건개화파와 급진개화파로 나누는 기존의 접근법에 의문이 생긴다. 온건개화파는 기존의 권력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문호개방과 부국강병을 추구한 ‘집권개혁세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외세를 끌어들여서라도 이들을 타파하려 했던 개화당과는 애초 양립하기 어려운 정적인 셈이다. 다만 수구세력이 워낙 강대했기 때문에 개화당은 어쩔 수 없이 이들과 더불어 가는 한편 비밀리에 외국과 소통하는 외교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지은이는 기존 담론들이 ‘내재적 근대화’ 등의 강박에 사로잡혀 개화당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자발적 부역’을 한 개화당에 역사적 정통성을 부여하려 했던 식민사학이나, 실학으로부터 개화사상을 거쳐 근대 내셔널리즘으로 이어지는 사상사적 계보를 구성하려 했던 민족사학 모두가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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