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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재앙 속 꽃피운 두 여자의 사랑

등록 2017-07-06 18:52수정 2017-07-06 19:07

잠깐 독서
해가 지는 곳으로
최진영 지음/민음사·1만3000원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으로 2010년 제15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최진영의 다섯번째 장편이다. <당신 옆을…>의 소녀에게 불행한 가정과 폭력적인 세상이 비유적 의미에서 재앙이었다면, <해가 지는 곳으로>의 세계는 말 그대로 재앙의 한복판이다. 신종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치고 불안과 혼란 속에 폭력이 만연한다. 주인공인 20대 초 여성 도리와 지나를 비롯해 소설에 등장하는 한국인들은 병균과 살인자들을 피해 러시아 땅을 떠돈다. 도리는 바이러스에 부모를 잃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여동생 미소를 챙기면서 쥐처럼 숨어 다니는 중이고, 지나는 아버지가 이끄는 대가족의 일원으로 총기와 탑차에 의지해 움직인다. 딸을 잃은 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러시아로 온 류와 단 부부가 도리 및 지나 일행과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거듭한다.

“재앙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은 타인의 재산과 목숨, 그리고 젊은 여성의 육체를 노린다. 어디라 할 것 없이 국가의 기능은 마비되어, 이들이 떠도는 러시아에서는 크고 작은 무장 단체들이 전쟁을 벌이는 참이다. 지나 일행과 마주친 도리 자매는 한동안 그들과 함께 움직이지만, “흉하고 무서운 사람은 바깥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일행한테서 떨려난다. 그러나 함께 있는 동안 두 여성은 서로에게서 사랑을 발견하게 되며, 그 사랑은 “온갖 나쁜 것 속에서도 다르게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주위를 밝힌다. 무장 세력에 붙잡혀 노예 노동과 성적 착취에 시달리게 된 주인공들…. 이들은 과연 다시 만나서 재앙 속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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