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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계 8대 문학상’을 심사한다

등록 2017-07-06 18:56수정 2017-07-06 19:09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도코 고지 외 지음, 송태욱 옮김/현암사·1만4000원

노벨문학상, 맨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이렇게 여덟개 문학상을 다룬 대담집인데, 원저의 제목이 ‘세계의 8대 문학상’이다. 일본 책인 만큼 일본 문학상 둘이 들어간 것은 이해한다 쳐도, 나머지 상들이 과연 세계 최고의 문학상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비교적 많이 알려지고 비중 있는 문학상인 것만은 사실이겠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는 일본의 문학 교수와 평론가, 작가, 번역가 등 14명이 앞서 거론한 여덟개 문학상과 수상 작가들의 소설에 관해 나눈 대담을 모은 책이다. 도코 고지 와세다대 교수가 상 하나에 한회씩 여덟번의 대담을 진행했고, 그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가인 다른 두사람이 대담자로 함께했다. 문학상마다 수상자 세사람의 작품 한편씩을 집중적으로 논의함으로써 모두 24편 소설을 다루었다.

좋든 싫든 ‘세계 최고’로 꼽히는 노벨문학상에 대해 대담자들은 스웨덴에서 시상하는 이 상이 어쩔 수 없이 북유럽적 성격을 지닌다고 본다. 가령 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먼로가 훌륭한 작가이기는 하지만 (같은 캐나다 여성 작가인 마거릿)애트우드보다 먼저 받았다는 것은, 좋든 나쁘든 노벨문학상이 북유럽 문학상이어서가 아닐까”라고 한 대담자는 말한다. 먼로의 단편 ‘과도한 행복’의 주인공이 러시아인이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동질감을 느꼈으리라는 추측인데,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노벨상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것과 달리, 대담자들은 맨부커상에 대해서는 매우 호의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문학상”이라느니 “매년 기대하며 발표를 기다린다”는 평을 내놓는다. “한 작가가 여러번 수상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선정위원이 문학 관계자들만이 아니라 정치인과 방송인 등을 포함해 다양하며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다양성이 아주 풍부하다”는 칭찬도 이어진다.

1903년 제정된 공쿠르상의 첫해 선정위원이 모두 남자인 데 반발(?)해 이듬해 선정위원이 여성만으로 구성된 페미나상이 제정되었으며, 1991년 부커상(맨부커상의 전신) 후보 작품에 여성 작가 작품이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1996년 베일리상이 제정되어 여성 작가만을 대상으로 시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학계의 남녀 차별과 갈등 현실을 알게 한다. 일본 최고 문학상으로 알려진 아쿠타가와상이 사실은 신인상일 뿐이며, “대중적이라는 나오키상 수상작에 오히려 예술적인 장치가 들어 있기도 하다”는 지적도 참신하다. 또 퓰리처상에 다섯번이나 후보로 올랐지만 아직 수상하지는 못한 조이스 캐럴 오츠, 잘 알려진 작가임에도 미국에서 한번도 문학상을 받지 못한 폴 오스터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미국 문학도, 영국 문학도, 작가는 주류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온 사람이 많습니다. 뒤라스는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났고, 우엘벡은 레위니옹섬 출신이고, 모디아노는 유대인과 프랑스계의 혼혈인 것처럼 다들 순수한 프랑스인이 아닙니다.”

공쿠르상 수상자의 배경에 관한 이런 발언은 문학의 영원한 비주류적 본질에 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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