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두건 지음, 한우리·홍보람 옮김/현실문화·1만5000원 지난 ‘거대한 후퇴’ 시기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 가운데 하나는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력이 보인 유연한 통치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빌 클린턴이 주도한 ‘신민주당’이란 이름으로, 다른 서구 국가들에서는 ‘제3의 길’이란 이름으로 벌였던 자유주의를 혁신하려 했던 정치적 흐름이 그 줄기에 놓여 있다. 퀴어 페미니스트 역사가이자 활동가인 리사 두건 뉴욕대 교수는 <평등의 몰락>에서 성소수자와 퀴어운동까지 포섭해온 이 시기 신자유주의의 ‘분할 통치’ 전략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다. 그의 작업에는 그동안 사회운동이 신자유주의 앞에서 왜 그토록 무력했는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지은이는 신자유주의가 경제와 문화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사회운동 세력을 상대해왔다고 지적한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90년대 이후 ‘다문화주의’를 앞세워 표피적인 평등을 약속함으로써, ‘재분배’를 요구하는 사회운동으로부터 ‘인정’을 요구하는 정체성 정치를 따로 떨어뜨려 놓으려 했던 시도다. 동성결혼 등 평등한 권리 인정에 집중하며 기존의 급진적인 퀴어운동을 비판했던 작가 집단 ‘독립게이포럼’은 이 같은 전략에 포섭된 대표적인 사례였다고 책은 설명한다. 반면 기존의 사회운동 진영은 이런 ‘분할 통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정체성 운동을 재분배 운동에 견줘 낮춰 보는 오류를 저질렀다고 한다. 특히 지은이는 ‘인정의 정치’와 ‘재분배의 정치’를 구분한 낸시 프레이저의 접근법이 되레 계급과 정체성 사이의 분리를 재생산한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것은 계급,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장애 등을 가로지르는 모든 주체들 사이의 대화다. 지은이는 “진보 좌파들이 경제 대 문화, 보편성 대 정체성 기반, 분배 대 인정, 지역·국가 대 세계 등 분할된 것으로서 스스로를 제시하거나 재생산하는 한 늘 스스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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