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학자들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 심층조사
색깔론 덧씌운 거짓말 벗겨 내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 심층조사
색깔론 덧씌운 거짓말 벗겨 내
이지호 이현우 서복경 지음/책담·1만5000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및 구속 이후 박 전 대통령 쪽과 보수진영에서는 “촛불과 탄핵은 좌파의 기획이다. 박근혜가 억울하게 당했다”고 끊임없이 주장해왔다. 대선 이후에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층 결집을 목표로 이런 주장을 강하게 내고 있다. <탄핵광장의 안과 밖>은 이런 주장이 사실과 무관한 정치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에서 함께 일하는 지은이들(이지호·이현우·서복경)은 지난해 10월29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20차례 열린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객관적 틀로 분석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미디어에서 추정하는 광장 시민들에 대한 여러 가설 중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촛불광장과 탄핵에 대한 시민의 경험적 기록을 중요하게 인식한 학자들의 책임감을 높이 살 만하다. 책의 전반부는 긴박했던 촛불집회의 전개과정을 속도감 있게 서술한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최순실 개입 의혹 보도(<한겨레> 2016년 9월20일치) 이후, 정유라의 대학 학사관리 특혜 논란과 결합하는 과정은 “광장과 탄핵, 이중주의 서막을 연 계기”가 됐다고 지은이들은 평가했다. 핵심은 후반부다. 책은 ‘누가, 왜 촛불집회에 참여했는가’를 규명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전화 설문조사, 패널 설문조사, 집회 참가자 현장면접 등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촛불집회 참여자의 80%는 뉴스를 보고 스스로 집회에 참여하기로 판단했다.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참가자의 정치이념도 진보층 39.1%, 중도층 19.4%, 보수층 17.3%였다. 2008년 촛불집회 때보다 보수층의 참여도가 높아졌는데, 이번 집회가 단순히 진보진영의 잔치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촛불집회를 지탱한 핵심 집단의 연령이 50대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50~54살의 촛불집회 참여 경험은 27.6%로 40대 28.5%와 비슷했다. 집회 참여 의향도 50대 전반 연령층은 75.8%로, 40대 77.7%에 버금갔다. 50대는 박 전 대통령 집권 초기 높은 지지를 보낸 연령층이지만 국정농단 사건 이후 촛불-탄핵 국면에서는 빠르게 등을 돌렸다. 책은 “사회경제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민주주의 문제에 전향적인 50대 전반 유권자들이 최순실게이트 국면에서 여권의 분열을 가져온 동력이 됐다”고 분석한다.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차이로 보수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두 개로 갈라진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책 말미에는 ‘촛불 이후’ 한국 사회의 미래를 탐색한다.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을 묻자 세대별로 다른 답이 나왔다. 20대는 ‘재벌·관료·검찰의 비리 유착 관계’를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지만 나머지 세대는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비정상적 통치행위’를 국정농단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했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는 특히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쏠린 통치체제가 원인’이라는 의견이 다른 세대에 견줘 높게 나왔다. 책은 국정농단의 원인을 보는 시각이 다른 만큼, 앞으로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쏟아낼 개혁 요구 또한 다양할 것으로 진단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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