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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DDA, 너 누구냐

등록 2005-11-17 16:12수정 2005-11-19 02:23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국회 앞으로 행진을 벌이다 경찰들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농민들이 15일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서 집회를 연 뒤 국회 앞으로 행진을 벌이다 경찰들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농촌 보호장치 없애려는 ‘도하개발의제’ 다음달 홍콩 WTO 회의에서 6번째 협상 내년 말까지는 최종 타결 가능성 2008년 발효되면 반사의 농촌은 치명타를 맞게 된다

포커스

TRQ, AMS, De-minimis, Blue Box, NTC…. 요즘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이들 낱말은 DDA(디디에이)에 들어 있는 부분집합들이다. DDA는 더 큰 집합인 WTO에 속한다. 이들 국제 무역협상 용어들은 다음달 13~18일 홍콩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제6차 각료회의 때 개념어에서 구체적 수치가 달린 실물경제 용어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들 용어가 어떤 구체적 수치를 부여받느냐에 따라 크게는 우리나라 경제, 작게는 농촌·농민의 운명이 달라진다. 용어는 어렵지만 도하개발의제(DDA) 협상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지난해 쌀협상이 2차 방정식이라면 디디에이 협상은 고차 방정식이다. 관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를 중심으로 디디에이를 풀어본다.

DDA의 탄생=1995년 1월1일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했다. 세계무역기구는 그동안 세계 무역을 관장해왔던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후신으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의 이행을 감시하는 국제기구다. 세계무역기구는 교역의 완전 자유화와 시장을 왜곡하는 모든 보조금의 철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는 가트 체제에서 열린 8번째 라운드로, 이때 처음 농업이 의제로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농업도 개방시대에 접어들어, 바나나·쇠고기 등 각종 농산물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는 2001년 11월 페르시아만 반도국가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에서 우루과이라운드 때 미진했던 시장개방을 대폭 확대하려는 9번째 다자무역협상체제를 출범시켰다. 이것이 도하개발의제 곧 디디에이다. 이름은 가트에서 쓰던 ‘round(라운드)’ 대신 ‘agenda(어젠다)’를, 또 개발에 중점을 두자는 개도국의 주장대로 ‘development(개발)’를 붙여 지어졌다.

이정환 전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은 “우루과이 라운드가 세계 농업을 시장지배의 원칙에 따라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면 디디에이는 이 원칙의 실질적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며 “디디에이의 성공 여부는 세계무역기구의 이상과 비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름하는 중대한 시금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디디에이 협상은 난항을 거듭해왔다. 애초 협상은 2002년 1월 시작해 2004년 말에 끝내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2003년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각료회의가 우리나라 농민 이경해씨의 자결 등 격렬한 세계화반대 시위에 부닥치고 강대국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실패했다. 협상 시한은 올해 말로 미뤄졌고, 지난해 8월 가까스로 협상의 ‘기본골격’(framework)이 마련됐다.

한국은 가장 수세적 위치


핵심 쟁점= 디디에이 협상 안건은 농업, 서비스, 비농업부문 등 3 가지이지만, 핵심은 농업이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 148개 가입국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협상에 나서고 있다. 협상은 미국·유럽연합·인도·브라질 등 QUAD(4자)에다 호주를 포함한 FIPs(5대 이해당사국·five interested parties)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 안에서도 미국과 유럽연합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으며, 인도·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G20이 개도국을 대변하며 중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산물 수입국들인 일본·스위스·노르웨이·대만·이스라엘 등과 함께 G10 그룹에 속해 있다. G10이 가장 수세적 위치에 있다. 이외에 개도국 특별품목을 협상 목표로 하는 G33과 아프리카·카리브해 연안국, 태평양 섬나라 등 최빈개도국 그룹인 G90 등이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때 주도적 활동을 했던 농산물 수출국인 캐나다·호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케언즈그룹은 지금은 흩어져 있다.

디디에이 농업협상의 핵심은 무역을 왜곡시키는 농업분야 지지와 보호 장치의 제거다. 관세장벽을 높이 쌓아 외국농산물이 국내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가격을 지지함으로써 과잉생산돼 무역을 왜곡시키는 것, 과잉된 생산물을 덤핑할 때 정부가 손해를 보전해주는 것 등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협상의 주요 의제는 시장개발 확대 곧 관세 감축과 국내보조 감축, 수출보조 철폐 등이다. 지난해 기본골격에서 합의된 틀은 관세를 구간별로 나누자는 것이다. 구간을 몇으로 나눌지, 구간별 관세율은 어떻게 할지, 구간별 관세 감축률은 얼마나 책정할지를 놓고 협상국들간 밀고 당기고 있다. 모든 그룹이 네 구간으로 나누자는 데는 합치하고 있지만 미국은 20-40-60, 유럽연합은 30-80-130(개도국 기준), G20은 30-80-130(〃), 우리가 속한 G10은 30-70-100(〃)을 제시하고 있다. 관세 감축률은 구간별로 달리 적용해 미국은 최상위 구간에 90%, 유럽연합은 40%(개도국), G20은 40%(〃)를 내놓았다. 미국 안대로라면 관세가 현재 관세율이 60% 이상인 품목은 현재 관세율의 90%까지를 앞으로 10년 동안 감축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농산물의 평균관세는 63.1%다.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를 10%대까지 깎으라는 얘기다. 평균 관세율이 낮은 미국(5.5%) 캐나다(4.6%) 호주(3.3%) 유럽연합(19.5%)인 국가들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우리처럼 관세율이 높은 노르웨이(123.7%)나 스위스(51.1%) 등에는 큰 타격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관세상한이다. 가령 유럽연합이 내놓은 개도국 150% 안으로 관세상한이 정해진다면 현재 360%인 우리나라 마늘 관세율이 일시에 150%로 낮춰진다. 우리 마늘이 100원이고, 중국산 마늘이 30원이라면 중국산이 65원(30원+45원)에 수입되는 것이다. 나아가 130%를 넘는 구간에 속하므로 10년 뒤에는 60%로 낮아진다. 이렇게 되면 마늘농가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따라 협상에서는 식량안보·환경보전·지역개발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NTC·non-trade concerns)을 이유로 민감품목(SP·sensitive product)과 특별품목(SP·special product·개도국에만 적용)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감축률을 적용하자는 데 의견접근을 봤다. 그러나 품목 수에서는 전체 교역품목의 1%만 허용하자는 미국 안에서부터 유럽 8%, G10 10~15% 등 이견을 좁히기에 편차가 큰 상태다. 특히 선진국들은 민감품목을 인정할 경우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저율관세수입물량(TRQ·tariff rate quota)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율관세수입물량은 특정품목의 수입에 대해 일정량까지 저율의 관세(보통 5%)를 부과하고 그것을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디디에이협상 진전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국내 보조 항목이다. 여기에는 앰버박스(Amber), 블루박스(Blue), 그린박스(Green) 등 ‘박스 형제’들이 등장한다. 신호등 색깔을 따서 레드박스는 철폐 대상, 앰버박스는 감축대상, 그린박스는 허용대상이다. 여기에 생산제한을 조건으로 직접지급하는 보조금제도를 말하는 블루박스가 보태졌다.

앰버박스에는 보조총액측정치(AMS·aggregate measurement of support)와 최소 허용보조(De-minimis)가 있다. AMS는 감축대상보조라고도 일컫는데, 선진국들이 6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써온 국내농업 보호를 위한 보조금 지원정책 수단으로, 과잉생산과 무역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돼왔다. 우리나라의 추곡수매를 위한 보조금이 이에 해당한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도 감축대상이어서 추곡수매량이 해마다 줄어들어왔다. 최소 허용보조는 AMS 가운데 보조금이 해당 품목 생산액의 5%(개도국10%) 이하일 경우를 말하며, 감축 대상에서 제외돼왔다. 올해 쌀협상 후속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소득보전직불제에서 가격 변동에 따라 지급하는 변동직불금은 AMS에 들어가고, 논 1㏊당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직불금은 그린박스에 해당된다. 공공비축제도 그린박스로 분류된다.

디디에이에서는 그린박스를 제외한 각종 보조금의 궁극적 철폐를 위한 감축 방식이 협의된다.

‘개도국 지위 인정’ 또 다른 산

전망=그동안 관세감축과 국내보조 부분에서 구간 설정 및 감축률 놓고 힘겨루기를 해오던 미국과 유럽이 지난달 유럽의 양보로 의견 접근을 보이면서 홍콩 각료회의에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이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협상은 다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에 따라 홍콩 각료회의에서는 최소한의 부분만 합의를 하고 내년 상반기에 다시 협상을 하는 2단계 협상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2006년말 협상 최종 타결과 2007년 1년간 각국 이행계획서(CS) 작성과 승인 및 국내 비준 절차, 2008년 1월1일 발효라는 애초 일정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장배 농림부 국제농업통상관은 “우리가 속한 G10 국가들은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협상 자체를 보이코트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며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 인정’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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