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단체연합 지음/당대·2만2000원 1987년 상설 여성운동연합체로 탄생한 한국여성단체연합(여성연합) 30년 역사. <열린 희망: 한국여성단체연합 10년사>(1999) 이후 20년 활동에 집중했다. 1997년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 정부는 98년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2001년 여성부를 신설하는 등 성평등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국제적으로는 95년 유엔 베이징 세계여성대회가 여성행동강령을 채택하면서 모든 정부정책 과정에 여성의 참여증진과 성인지적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성주류화(gendermainstreaming) 실행을 압박한 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30년의 역사>는 여성연합이 벌인 호주제 폐지운동, 반성폭력운동, 가정폭력 추방운동, 여성장애인운동, 이주여성운동, 반성매매 여성인권운동과 고위공직자 성폭력 및 ‘권력형 성접대’ 사건의 대응활동 등을 정리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협치, 이명박·박근혜 집권기 법·제도 후퇴, 운동 위축도 함께 담았다. 특히 2000년 이후 고위공직자, 국회의원 등 고위층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이슈화한 활동을 보면, 새삼 그간 한국 여성운동계의 도전과 성취, 좌절을 실감하게 된다. 여성현실의 법·제도적 개선 이후 지금까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그릇된 성인식, 성폭력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 여성혐오라는 반동적 흐름과 맞물려 여성인권이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음을 책은 보여준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밝힌 성격차지수에서 한국이 전체 144개 조사대상국 중 116위로 최하위권으로 나타난 것은 변한 듯 변함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글로벌경제위기 속에서 여성의 빈곤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약탈적 자본주의와 성차별주의가 결합해 빚은 불평등과 폭력의 참담한 현실 또한 고발한다. 그밖에도 현장활동가 재생산, 후배 세대와의 소통, 20~30대 여성 당사자운동으로서 페미니즘 담론 변화를 고민한 흔적이 눈에 띈다. 반동적인 상황이 거듭되는 가운데 젊은 여성 주체의 활약에서 희망의 징후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새 잊힌 성차별과 폭력의 사회사, 저항적인 한국 여성운동사로도 읽힌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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