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진주 중고서점 ‘소소책방’ 조경국씨
조경국(43)씨는 4년 전 경남 진주에 중고서점 ‘소소책방’을 열면서 세가지 버킷리스트를 정했다. 콧수염 기르기, 오토바이 면허증 따기, 책방 찾아 세계여행 하기가 그것이다. 책방은 아직 ‘비즈니스’로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팔리는 책은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다. 그동안 책방 이사도 두차례나 했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차근차근 이뤄내고 있다. 재작년 가을엔 오토바이를 타고 26일 동안 일본을 여행했다. 주행거리만 6200㎞다. 물론 서점을 찾아서다. 최근 일본 책방 여행기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어느 헌책방 라이더의 고난극복 서점순례 버라이어티>를 펴낸 조씨를 지난 4일 전화로 만났다.
한국에서 온 오토바이 여행자가 일본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30일이었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를 찍고 출발지 시모노세키항으로 시간에 맞춰 돌아오기 위해선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비싸 국도를 탔다. 꼬박 24시간 동안 618㎞를 달려 교토에 도착한 뒤엔 오토바이와 함께 “푹 고꾸라지기도 했다”. 홋카이도에선 평생 맞은 양과 맞먹는 비에 젖기도 했다.
4년 전 기자 접고 세계서점기행 시작
배낭 메고 7개월간 중국~싱가포르
헌책방 열고 오토바이로 전국일주 재작년 26일간 일본순례기 최근 출간
“단골 많은 동네서점들 보니 부러워”
내년 봄 시베리아 거쳐 포르투갈 계획 “내년 4월엔 시베리아를 횡단해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까지 오토바이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여행 기간은 5개월, 경비는 7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여행엔 270만원가량 들었다. 렐루 서점은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자주 드나들며 영감을 얻었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이다. 그는 책방을 열기 9개월 전인 2013년 2월에도 렐루 서점을 목적지로 한 세계 책방 기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기 전이었다.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한 이 배낭여행은 싱가포르에서 멈췄다. 1년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7개월 만에 귀국했다. ‘헌책방지기’ 조씨가 가장 행복할 때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른 책방을 찾아갈 때’다. 책방을 열고 다음해에 배기량 125㏄ 이상 오토바이를 몰기 위해 필요한 2종 소형 면허증을 땄다. 그리고 그해 일주일 동안 전국 헌책방 기행을 했다. 아는 선배에게 책방을 맡기고 일본을 찾은 건 홋카이도의 이와타 서점을 보고 싶어서다. 우연히 신문에서 이 서점 사장이 기획한 ‘1만엔 선서’ 관련 기사를 읽었다. 서점 주인이 고객의 독서 취향을 인터뷰해 직접 1만엔어치 책을 구입해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한산한 헌책방 주인장의 귀를 솔깃하게 한 영업 노하우였다. 이와타 서점을 목적지이자 반환지로 삼은 그는 일본 여행 기간에 후쿠오카, 교토, 도쿄, 히로시마 등의 소문난 동네서점을 찾아다녔다. 교토 게이분샤(혜문사) 이치조지점에선 아늑한 서재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 구성에 감탄했다. 도쿄에선 책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형서점 다이칸야마 쓰타야점을 찾아 1층에 전시된 기념비적 오토바이를 보고 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은 동네책방에 의외로 손님들이 많더군요. 동네 단골이 많은 게 부러웠어요.”
그는 지금 친구가 하는 게스트하우스 1층을 빌려 책방을 하고 있다. 나중에 전세로 전환한다는 조건으로 월 10만원씩 임대료를 내고 있다.
“헌책방을 열면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어요. 동네 밀착형 헌책방을 하고 싶어서죠.” 하지만 꿈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대부분 헌책방들이 온라인 판매로 수입의 80% 정도를 올려요.” 책방 수입이 많지 않아 책을 편집하거나 하청을 받아 기사를 쓰는 일을 따로 한다. 도서관이나 구청에서 사진 관련 강의를 하기도 한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그가 헌책방과 인연을 맺은 건 중3 때부터다. “<마이컴>이나 <피시라인> 같은 컴퓨터 잡지 과월호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죠. 지금은 사라진 진주 중앙서점을 자주 드나들었어요.”
헌책방을 내기 전엔 진주의 아내·아이들과 떨어져 홀로 서울생활을 했다. <오마이뉴스>와 사진잡지 <포토넷> 등에서 일했다. <포토넷>에서 일할 땐 사진집으론 드물게 20쇄까지 찍은 <윤미네 집> 복간본 편집 작업에 참여했다.
“책방을 열 때 8천권가량 책을 소장하고 있었어요. 지금은 2천권가량 늘었죠.” 소소책방의 자랑은 1500권가량 되는 사진집이다. “가장 아끼는 책은 강운구 작가의 마을 3부작과 고 김영갑 작가의 마라도 사진집입니다.” 만화나 오토바이 관련 실용서도 많다. 지금은 ‘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한 책을 열심히 모으고 있다.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당시 희귀했던 1974년형 ‘혼다 CB250’ 오토바이의 빨간 연료통 위에 아들을 태우고 도로를 질주하곤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자라 오토바이에 입문하는 걸 강하게 반대했다. 나이 들면 무릎에 바람이 들어 고생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편의 오토바이 여행에 아내는 어떤 반응일까? “경상대 같은 과 동기인 아내와 8년 연애를 했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아 쉽게 허락을 해주는 것 같아요.” 아내는 대학 행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헌책방지기의 로망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서울에서는 도저히 못 버텼을 겁니다. 지방이어서 가게 유지 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아 하고 있는 거죠.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는 도서정가제를 제대로 하는 게 동네서점이나 헌책방에 모두 좋다고 했다. “독일은 책 판매 마진이 40% 이상이라고 해요. 그 정도 돼야 동네책방이 유지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조경국씨 제공
2015년 가을 일본 책방 여행 중 후쿠오카의 이리에 서점에서 찍었다.
배낭 메고 7개월간 중국~싱가포르
헌책방 열고 오토바이로 전국일주 재작년 26일간 일본순례기 최근 출간
“단골 많은 동네서점들 보니 부러워”
내년 봄 시베리아 거쳐 포르투갈 계획 “내년 4월엔 시베리아를 횡단해 포르투갈 포르투에 있는 렐루 서점까지 오토바이 여행을 할 계획입니다.” 여행 기간은 5개월, 경비는 7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일본 여행엔 270만원가량 들었다. 렐루 서점은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자주 드나들며 영감을 얻었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방’이다. 그는 책방을 열기 9개월 전인 2013년 2월에도 렐루 서점을 목적지로 한 세계 책방 기행을 한 적이 있다. 당시는 오토바이 면허증을 따기 전이었다. 중국 칭다오에서 시작한 이 배낭여행은 싱가포르에서 멈췄다. 1년 계획이었으나 사정이 생겨 7개월 만에 귀국했다. ‘헌책방지기’ 조씨가 가장 행복할 때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른 책방을 찾아갈 때’다. 책방을 열고 다음해에 배기량 125㏄ 이상 오토바이를 몰기 위해 필요한 2종 소형 면허증을 땄다. 그리고 그해 일주일 동안 전국 헌책방 기행을 했다. 아는 선배에게 책방을 맡기고 일본을 찾은 건 홋카이도의 이와타 서점을 보고 싶어서다. 우연히 신문에서 이 서점 사장이 기획한 ‘1만엔 선서’ 관련 기사를 읽었다. 서점 주인이 고객의 독서 취향을 인터뷰해 직접 1만엔어치 책을 구입해 우편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한산한 헌책방 주인장의 귀를 솔깃하게 한 영업 노하우였다. 이와타 서점을 목적지이자 반환지로 삼은 그는 일본 여행 기간에 후쿠오카, 교토, 도쿄, 히로시마 등의 소문난 동네서점을 찾아다녔다. 교토 게이분샤(혜문사) 이치조지점에선 아늑한 서재에 들어와 있는 듯 아름답고 편안한 공간 구성에 감탄했다. 도쿄에선 책 대신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대형서점 다이칸야마 쓰타야점을 찾아 1층에 전시된 기념비적 오토바이를 보고 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은 동네책방에 의외로 손님들이 많더군요. 동네 단골이 많은 게 부러웠어요.”
교토의 소문난 동네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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