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돈의 사용법
야마모토 료이치·Think the Earth Project 엮음. 김하경 옮김. 미래의 창 펴냄. 9000원
야마모토 료이치·Think the Earth Project 엮음. 김하경 옮김. 미래의 창 펴냄. 9000원
잠깐독서
책 펴기 전, 잠깐멈춤. 일단 지갑을 열어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자. 자, 이 돈을 어디에 쓸까? 뭘 할 수 있지?
요즘 서점에 차고 넘치는 ‘천원 아껴 몇억 만들기’류의 재테크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잘먹고 잘사는 법 대신, “단돈 천원으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일러준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천원이면, 방글라데시에서 우유 2㎏를 사서 거리 부랑아 20명에게 우유 한 잔씩을 먹일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 있는 국제협력 엔지오가 운영하는 센터에서 하루 한번 아이들에게 우유를 주기 때문이다. 또 캄보디아 집창촌 어린 소녀들이 상담치료를 받거나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5명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도 단돈 천원이면 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 아이들에게 천원을 전해주냐고? 걱정할 필요없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실천을 위한 첫걸음까지 안내한다. 47가지 사례마다 관련단체의 인터넷주소가 꼬리말로 붙어 있다.
그렇다고해서 무턱대고 ‘기부’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책을 엮은 료이치 교수는 구입·투자활동을 할 때도 “나의 경제행위가 세상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만2천원짜리 더바디샵의 멜론시드 샤워젤을 사는 것이 그렇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만을 쓰는 환경친화적 기업이념을 지지해주고, 물건을 만든 아프리카 나미비아 여성들의 생활을 도울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의 엔지오가 엮은 책이지만, ‘단돈 천원’을 바라보는 발상이 신선하고 아기자기한데다가 국경을 넘나드는 사례들 탓에 낯설지 않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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