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독립운동의 힘, 알고보니 민주주의였네

등록 2017-08-14 15:20수정 2017-08-14 22:40

광복절 되새기는 책들

김정인 교수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
임시정부 대의제, 정당 활동에 착안
민족주의 시각 넘어 새로운 조명

아카하타신문 펴낸 ‘우리는 가해자…’
헌병대 극비자료 ‘조센징에게 그러지마’
일제 만행·조선인 차별 실태 담겨
민족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의 시각으로 독립운동사를 쓴 책 등 광복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새롭게 새기는 책들이 광복 72돌을 맞아 나왔다.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책과함께)는 그동안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사를 다시 써온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사회과교육과)의 노작이다. 지은이는 19세기부터 1919년 3·1운동까지의 역사를 민주주의의 시각으로 다룬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2015)를 펴낸 바 있는데, 이번 책은 그 이후인 3·1운동부터 1945년 해방 직후까지의 역사를 다뤘다. 앞으로 1948년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다룬 책을 펴내면 ‘민주주의의 역사’ 3부작이 완성될 예정이다.

한국 현대사는 민족주의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근원적 동력으로 삼아왔다는 것이 지은이의 기본 시각이다. “민족주의 시각으로 독립운동을 바라보는 데 익숙한 터에 독립운동은 곧 민주주의 운동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비로소 근대 민주주의 역사에 눈뜰 수 있었다”고 한다. 책은 3·1운동 이후 임시정부 수립 움직임 속에 ‘민주공화국’ 이념이 있었다는 점에 눈길을 준다. 상하이 임시정부가 임시헌장에 “대한민국은 임시정부가 (대의제 기구인) 임시의정원의 결의에 의하여 이를 통치한다”고 밝히는 등 대의제 형식에 충실하려 노력했으며, 각 독립운동 세력들이 정당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이 새롭다.

무엇보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아나키즘 등 기존 독립운동 사조들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새롭게 조명한 대목이 흥미롭다. “3·1운동에서 민족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내적 논리는 민주주의”였고, “집합적 주체로서 민족의 자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를 집약한 개념이 민족자결주의”였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동시에 비판하고 ‘삼균주의’(정치·경제·교육의 균등)를 주장했던 조소앙의 ‘신민주주의’ 노선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해방 정국에서도 좌익, 우익에 속하지 않은 민족·사회 통합을 표명하는 중도의 신민주주의‘들’이 풍성하게 제기됐다고도 분석한다. 다만 “국토와 이념의 분단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좌익과 우익이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로 사용되면서 ‘분열의 가치’로 작동했다”고 짚는다.

일본 공산당이 발행하는 <아카하타신문> 편집국이 펴낸 <우리는 가해자입니다>(정한책방)는 일본 ‘양심’ 세력이 쓴 과거에 대한 반성문이다. 1928년 창간된 이 신문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식민지에서의 즉각 철군과 조선 독립 투쟁에 연대를 호소하는 등 일본의 제국주의를 줄곧 반대해왔다. 전후 세대인 기자 13명이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발로 뛰며 일본의 침략 역사를 취재한 특집 기사를 책으로 엮었다. 2015년 아베 신조 총리가, 과거사를 인정하고 사죄했던 ‘무라야마 담화’를 뒤엎은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것이 특집 기사를 내게 된 배경이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씨 인터뷰 등을 통해 일본이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조센징에게 그러지마!>(흐름)는 일제강점기 조선헌병대사령부가 발간한 내부 극비자료다. ‘내선융화’를 하려고 일본인들에게 조선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문건이나, 역설적으로 당시 ‘요보’라는 모욕적인 말로 불리며 진찰을 거부당하거나 급료를 떼이는 등 조선인이 받아야 했던 차별의 온갖 실태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보세요’에서 온 ‘요보’란 말은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경멸적으로 부르던 말이다.

황태연 동국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대한제국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두 권의 책을 펴냈다. <갑진왜란과 국민전쟁>, <백성의 나라 대한제국>(청계)에서 지은이는 ‘갑오왜란’(갑오경장)으로 패망했던 조선이 ‘아관망명’(아관파천)을 통해 대한제국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앞세워, “대한제국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기틀을 마련했던 혁신적 근대국가”였다고 주장한다. 또 이러한 대한제국의 의미를 폄훼해온 기존의 역사관은 “식민사관이 주입한 자학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한다.

이 밖에도 근현대 인물에 대한 전기를 써온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이 ‘마지막 광복군’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일대기를 그린 <김준엽 평전>(깊은나무)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72돌 광복절 기념 책
72돌 광복절 기념 책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