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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모두 느릿느릿 해도 괜찮은 ‘달팽이 학교’

등록 2017-08-17 19:00수정 2017-08-17 19:23

달팽이 학교
이정록 시, 주리 그림/바우솔·1만1000원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세상에서는 느린 것이 마치 큰 잘못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시인 이정록이 시를 쓰고 그림작가 주리가 그림을 그린 <달팽이 학교>는 느린 것을 유쾌하고 즐겁게 껴안는 그림책이다.

달팽이는 느리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달팽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더 많이 지각한다.” 할아버지인 교장 선생님이 가장 늦는다. 다들 느리니까, “실외 조회도, 운동회도 달밤에 한다.” 이웃 보리밭으로 소풍을 다녀왔는데, 일주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소풍에는 김밥이 빠질 수 없는 법. 그러나 뽕잎으로 김밥을 싸는 데에만 사흘이 걸렸다. 교장 선생님은 아직도 보리밭 두둑 미루나루 밑에서 보물찾기를 하고 있다.

지각을 하도 많이 하다보니, 교장 선생님은 집을 아예 교장실 옆 화단으로 옮겼다. 더이상 지각은 하지 않지만, 이삿짐을 싸는 데에만 한 달이 걸렸다. 원래 빨간 칸나 꽃이 피어 예쁜 집이었는데, 이사를 마치고 나니 꽃이 이미 지고 초록색 잎만 남았다. 화장실이 코앞인데도 오줌을 싸는 달팽이 친구들이 많다. 화장실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화장실로 전속력 질주를 하는 동안 복도에 똥을 싸기도 한다. 이를 보는 시인의 한 마디. “모두모두 풀잎 기저귀를 차야겠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달팽이들의 모습은 자연이 그들에게 부여한 고유한 리듬에 따른 것이다. 달팽이의 느린 천성을 그 자체로서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그려낸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빨리빨리’에만 익숙해져버린 세상 속에서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다. 0~7살.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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