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성 글, 유리 그림/이야기꽃·1만6500원 마트에서 1만원 남짓을 건네면 손쉽게 수박을 사먹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수박이 맺히기까지의 과정을 톺아본 적 있는가? <수박이 먹고 싶으면>은 농부가 수박 씨를 심고 싹을 틔워 마침내 열매가 맺히게끔 하는 과정을 절절하게 담은 책이다. 수박이 먹고 싶으면, “수박만 한 구덩이를 파고 삭은 퇴비와 참한 흙 켜켜이 채워 넣”고, “거기 까만 수박씨 서너 개 고이 누이고 흙 이불 살살 덮어주어야 한다.” 간신히 싹이 맺혔으면, “아깝더라도 두 세개는 솎아내어야 한다. (…) 남은 싹이 그 몫까지 자랄 수 있도록 북 돋워주고 물 뿌려주고, 줄기를 쭉쭉 뻗을 수 있게 묵은 볏짚 고루 깔아주어야 한다.” 줄기마다 곁순 따주고, 잡풀과 진딧물 뽑고 훑으며, “진땀 뚝뚝 떨어지는 고단한 노동을 마다지 않아야 한다.” 열매가 맺혀도, “줄무늬 또렷해질 때까지, 덩굴손 마를 때까지, 꽃자리 우묵해질 때까지, 중지 마디로 통통 두드려 맑은 소리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심고 가꾸고 기다린 뒤에야, 누구든 불러 정답게 둘러앉아 영근 수박을 맛보게 할 수 있다. 수박은 그 때에야 비로소 단물이 뚝뚝 듣는 붉은 속살을 열고 “한 시절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