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SF소설집
기업의 이윤추구, 전쟁의 자가발전 등
태양계 다룬 중편들로 현실 발언
기업의 이윤추구, 전쟁의 자가발전 등
태양계 다룬 중편들로 현실 발언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지음/한겨레출판·1만3000원 에스에프 작가 듀나·김보영·배명훈과 장르를 넘나들며 쓰는 작가 장강명이 의기투합했다. 태양계를 배경으로 한 중편 에스에프를 한편씩 써서 책으로 묶기로 한 것.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가 그 결과물이다. 태양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금성(장강명)과 화성(배명훈),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김보영),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듀나)이 무대로 선택되었다. 최소한의 약속 아래 쓰인 서로 다른 작가들의 소설임에도, 같은 작가의 연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일관된 문제의식과 현실 정합성을 지닌 작품들이다. 장강명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의 주인공 유진은 기업이 후원하는 금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해 여러해 동안 탐사선에 머물며 연구를 이어간다. 성장 과정에서 어머니 유진과 충돌하며 앙금이 쌓인 딸 마리가 어머니가 있는 금성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회사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모녀가 갈등에서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로 한다. 과학 프로젝트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며 그를 위해 사실 왜곡과 이미지 조작을 서슴지 않는 기업의 생리, 그리고 그에 맞서는 모녀의 기발한 ‘복수극’이 흥미롭다. 장강명의 소설에서 지구인들은 아직 금성 표면에 상주하지는 못하고 로봇을 대신 내려보내 필요한 작업을 한다. 탄산음료 회사의 음모를 간파한 유진이 로봇에 탄 채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은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상상력을 자극한다. “번개와 구름과 연기가 로봇 헬멧 전면창에 반사된다. 그 덕분에 로봇은 강한 결의에 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왼쪽부터) 배명훈. 김보영, 장강명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네 작가가 태양계를 배경으로 쓴 중편 에스에프를 모은 합동 소설집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를 내놓았다. 그림은 국제천문연맹이 태양과 태양계 행성들의 위치와 크기를 반영해 그린 가상도.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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