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의 문학은 문학만이 아니라 비언어를 포함해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 유산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미당 서정주 전집 출간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런데 정치적·역사적 이유로 미당의 문학을 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로서는 ‘정치는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정치나 역사가 아닌 예술의 관점에서 미당의 문학에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전집 간행에 참여한 문학평론가 이남호 고려대 교수는 ‘미당 서정주 전집’(전 20권, 은행나무 펴냄) 완간에 즈음해 21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당의 친일과 친독재 행적과 그에 대한 비판적 분위기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미당과 관련해서는 특히 최근 한국작가회의와 민족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미당문학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두 단체는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친일문학상 반대 특별 전시를 열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 송경동 시인은 자신을 미당문학상 후보에 올리는 데에 반대한다는 뜻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남호 교수는 “훌륭한 문학적 업적을 남긴 미당이 인간적으로도 완벽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는 사실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은 약점을 지닌 분이었다”며 “그렇지만 그런 약점보다 문학적 업적이 훨씬 크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어로 이렇게 많은 세상과 마음과 지극한 생각을 담아낸 경우가,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드물다”며 “한국 문학사의 여러 시인들을 밤하늘의 별이라 한다면 미당은 무수히 많은 별들이 한데 모인 성운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미당 서정주 전집’은 미당 서정주(1915~2000) 탄생 100주년이었던 2015년 6월 시전집 전 5권을 내놓으며 출발한 지 2년여 만인 이달 제18권 소설·희곡과 제19권 전기, 제20권 번역을 내놓으며 모두 20권으로 완간되었다. 미당의 시 1천여편 가운데 시집으로 묶은 950편을 담았고, 자서전과 시론, 산문, 여행기, 옛이야기 등을 두루 아울렀다. 논란이 되는 친일시 4편과 전두환 생일 축시는 미당 생전에 시집으로 묶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집에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간행위원이자 미당의 제자이기도 한 윤재웅 동국대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미당으로 박사 논문을 쓴 나부터가 미당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채 미당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며 “이 전집 발간을 계기로 미당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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