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스페트릭 네스 글, 시본 도우드 구상, 홍한별 옮김/웅진주니어(2011) 갈수록 ‘어쩌다 어른’을 자처하는 이들이 많아진다. 어른 되기는 그만큼 쉽지 않다. 작가 유은실은 “가슴 속 구슬이 하나하나 깨져나가면서 어른이 되는 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부모들은 크면 별 거 아니라고 말하지만 가슴 속 구슬이 깨지는 성장은 아프다. 그래서 십대를 독자로 삼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이 아픔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몬스터 콜스>도 그렇다. 열세 살 소년 코너의 엄마는 아프다. 그동안의 치료법은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 방법을 쓰기로 한다. 엄마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코너는 언제나 열외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듯 아무도 코너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오로지 우등생 해리만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 코너를 괴롭힌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던 코너는 이상한 것과 맞닥뜨린다. 몬스터다. 거대한 주목나무의 형상을 한 몬스터가 어느 날 새벽 코너에게 걸어왔다. 꿈이려니 싶었지만 코너의 침실바닥에는 주목 나무 잎이, 열매가 뒤덮여있다. 거짓이 아니었다. 밤마다 코너를 찾아온 몬스터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속의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문제와 맞닥뜨린 순간, 모두 몬스터를 불렀다. 새어머니를 내쫓고 왕국을 되찾기 위해 사랑하는 신부를 죽인 왕자, 두 딸을 구하고자 믿음까지 저버렸던 목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사람이 그들이다. 자신을 보이도록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몬스터를 부른 보이지 않는 사람은, 바로 코너다. 해리마저 코너를 투명인간 취급하자 몬스터를 불러 죽도록 패주었다. 코너는 몬스터를 불러야 할 만큼 감추고 싶은 두려운 진실이 있었다. 매일 밤 꾸는 악몽 속에서 코너는 절벽에 매달린 엄마의 손을 놓아버린다. 엄마는 치료만 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했지만 코너도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실은 알고 있었다. 엄마가 죽을 거라는 걸.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 상황이 너무 힘들어 때때로 모든 게 끝나버렸으면 하고 바래왔다. 코너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또 엄마가 죽기를 바란 모순된 마음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이중성을 지닌다. 하지만 진실이자 거짓인 이 모순을 받아들일 수 없어 코너는 몬스터를 불렀다.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것이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몬스터는 말한다. 어른도 선과 악이 동시에 깃든 마음 속 진실을 목도하면 괴롭다. 하물며 청소년기는 어떨까. 이런 아이러니에 대처하는 길은, 오로지 진실밖에 없다. 괴롭지만 진실을 말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엄마를 잘 보낼 수 있다. 구슬이 깨지는 건 아프지만 그렇게 해야 ‘단단한 진짜배기 구슬’도 생긴다. 중2부터.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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