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통일로문학상’이라는 이름에 우선 감탄하게 됩니다. 저 역시 실향민으로서 정말 통일의 날이 오면 고향에 가기 위해 가정 먼저 밟고 싶은 길이 통일로예요. 또 ‘통일로’의 ‘로’를 목적격 조사로 이해할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통일 이상으로 중요한 과제는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분단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종, 종교, 이념 등으로 온 세상이 갈라져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이 문학상 제정을 계기로 문학인들은 남북한과 온 세상 분단의 아픔을 극복할 슬기를 짜내야 하리라고 봅니다.”
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제정 선포식에서 이 상의 자문위원장을 맡은 원로 문학평론가 김우종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9월18일 타계한 소설가 이호철(1932~2016)의 1주기를 맞아 제정된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이날 제정 선포식에서 제주 4·3을 다룬 대하소설 <화산도>의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을 1회 수상자로 발표했다. 국내 젊은 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에는 소설가 김숨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문학평론가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김석범의 문학은 식민 시대와 분단 현실을 치열하게 응시하면서 그 어떤 정치적·이념적 편향과의 타협도 거부하는 작가의 독립적 정신을 높은 예술적 차원에서 구현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별상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김숨의 근작 <한 명>은 위안부 여성들의 살아 있는 목소리들을 집합적 형태로 교직하는 일종의 목소리의 천을 짜는 기법을 통하여 그네들의 참담한 체험이 실제로 있었음을, 그 어떤 국가적 폭력과 침묵과 은폐, 왜곡도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음을 입증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상을 제정한 서울 은평구의 김우영 구청장은 선포식에서 “이호철 선생님은 50여년간 통일로 근처 은평구에 거주하면서 소시민과 실향민의 삶을 어루만지는 실천 문학과 분단 극복 문학에 매진해 오셨다”며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제정과 함께 북한산 자락에 선생을 기리는 이호철귀향문학관(가칭)을 세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제1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시상식은 17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비무장지대 안 캠프 그리브스 유스호스텔에서 열린다. 본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5천만원이,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2천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에 앞서 16일 오후 4시에는 은평문화예술회관 대회의실에서 이호철 심포지엄이 열리며, 18일 오후 2시에는 은평문화예술회관 숲속극장에서 수상자 김석범의 기조 강연과 심포지엄이 마련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