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공존·2만5000원 오늘날 유럽과 미국에서 주요 사망 원인 1, 2위는 심장질환과 암이다. 3위는 뭘까? 놀랍게도 의약품이라고 한다. 대학에서 생물학·화학·의학을 공부한 내과 전문의이자 거대 제약회사 영업직 경험도 있는 지은이가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다. 근거중심의학 연구기관인 코크란 연합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한 지은이가 쓴 <위험한 제약회사>(원제:치명적 의약품과 조직범죄)는 제약사들이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약의 유익성을 과장하고 위해성은 축소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과학을 왜곡하고 악용한 사례”들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지은이가 보기에 “제약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의심의 여지 없이 조직범죄의 기준에 부합”한다. 화이자의 전 글로벌마케팅 부사장은 “제약회사와 갱단 사이엔 무서울 정도로 유사점이 많다”고까지 고백했다. 터무니 없이 많은 수입, 살해와 사망이라는 부작용, 유력집단에 뇌물 공세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약은 천사의 얼굴을 한 죽음으로 다가온다. 너무 느슨한 규제와 너무 복잡한 경고들, 과잉 의료, 다중약물요법, 약의 위해성에 대한 무지 등이 약으로 인한 죽음을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다. 지은이가 ‘의약품 무용론자’인 것은 아니다. 의사로서 일부 의약품의 혜택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 책은 “이미 잘 알려진 약의 유익함에 대한 책이 아니라 약의 개발·제조·마케팅·규제를 비롯한 시스템 전체의 부실함에 대한 책”(머리말)이다. 지은이는 약에 대한 ‘그릇된 믿음’ 10가지를 꼽은 뒤, 보건의료 시스템의 적폐를 청산할 혁명적 대안들도 제시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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