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지음/휴머니스트·5만2000원 강진에서 신산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황상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산석’(山石)이라는 자를 줬다. 스스로 “둔하고 막혔으며 답답하다”고 하는 황상에게 다산은 이런 가르침을 내렸다. “외우는 데 민첩하면 소홀하고, 글짓기에 날래면 들뜨며,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칠다. 둔한데도 들이파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고,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하며,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고 부지런하면 공부에 성취가 있을 것이라 격려한 것이다. ‘삼근계’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가르침은 <증산석>(산석에게 주다)에 실려 지금까지 전해온다. 황상은 삼근계를 마음에 새기며 평생 공부에 매진했고, 60년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문집에 “지금 이후로도 스승께서 주신 가르침을 잃지 않을 것”이라 적었다. 10여년 동안 다산의 ‘증언’(贈言)을 발굴하고 연구해온 정민 한양대 교수(국어국문학)가 그동안 자신의 발굴과 연구를 집대성하는 성격의 책 <다산증언첩>을 펴냈다. ‘증언’이란 일반적으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가르침의 목적으로 내려주는 훈계를 말한다. 다산은 평생 자식과 제자, 가까운 벗에게 많은 증언을 줬고, 특히 종이나 천을 오려 그 위에 직접 글을 써서 서첩으로 꾸며주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다만 다산 스스로 증언을 본격적인 저술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여태껏 증언 자체가 별도의 자료로 엮인 적이 없었다. 지은이는 다산 전집에도 실린 17종을 포함, 현재까지 발굴된 다산의 증언이 50여종을 훨씬 웃돈다고 헤아렸다.
신혼의 재미에 빠져 공부를 게을리한 황상을 꾸짖는 다산의 편지. <다산여황상서간첩> 수록, 다산 친필, 윤영상 소장. 휴머니스트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