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 지음/민음사·1만3000원 노인요양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홀어머니의 집에 외동딸이 동성인 파트너와 함께 들어와 살게 된다. 딸의 성 정체성을 일시적 일탈로 여기고픈 엄마는 마지못해 딸 커플을 집에 들이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과 믿음을 나눌 수 있는 제대로 된 짝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세 여자는 과연 세대와 관습의 벽을 넘어 서로를 포용할 수 있을까. 김혜진(사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는 레즈비언 커플과 그 어머니를 같은 생활 공간에 놓는 방식으로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에 정면으로 맞선다. “내 딸은 하필이면 왜 여자를 좋아하는 걸까요. 다른 부모들은 평생 생각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그런 문제를 던져 주고 어디 이걸 한번 넘어서 보라는 식으로 날 다그치고 닦달하는 걸까요.” 자신이 돌보는 치매 환자를 상대로 한, 독백에 가까운 이 말에 레즈비언 딸을 둔 어머니의 진심이 담겼다. “힘들게 키운 자식이 평범하고 수수하게 사는 모습을 볼 권리”를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전직 교사 출신인 이 엄마는 “그 애의 엄마라는 걸 부끄러워하는 내가 싫”다고 생각할 정도로는 생각이 트인 인물이다. 어머니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소설의 다른 한 축은 그가 돌보는 노인 ‘젠’과 요양병원을 둘러싼 갈등이 차지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공부하고 활동했으며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자신과 상관 없는 이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하다가 이제 무연고 치매 환자가 된 젠에 대해 주인공은 존경심과 보호 본능을 아울러 느낀다. 젠을 후원금 모금에 이용할 궁리만 할 뿐 경비 절감을 핑계로 열악한 처우를 강요하는 병원의 처사에 주인공은 분개하며 항의도 하지만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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