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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일본 유학자 이토 진사이 선집 완간

등록 2017-10-12 20:04수정 2017-10-12 20:58

 
 
어맹자의-논어 맹자 개념어 사전, 대학정본/중용발휘
이토 진사이 지음, 최경열 옮김/그린비·각 권 1만6000원

일본 에도 시대에 활약한 유학자 이토 진사이(1627~1705)의 저작인 <어맹자의>와 <대학정본·중용발휘>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이로써 2013년 <동자문> 출간을 시작으로 2016년 <논어고의> <맹자고의>로 이어졌던 ‘이토 진사이 선집’이 완간을 맞이하게 됐다. 이토 진사이는 주자학을 비판하고 유교 경전들을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해석하려는 시도로 일본 근대사상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꼽힌다.

<어맹자의>는 진사이의 만년 저작으로, 그가 논어와 맹자를 자기 식대로 읽어낸 <논어고의>와 <맹자고의>를 쓰면서 정리한 주요 개념들을 사전처럼 풀어놓은 책이다. 주희의 제자인 진순이 쓴 성리학 개념어 사전인 <북계자의>를 염두에 뒀지만, 내용에서는 주희의 유교 경전 해석과 성리학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예컨대 ‘리’(理)에 대한 풀이를 보면, 진사이는 “성인은 늘 ‘도’(道)자를 써서 말했고 ‘리’자를 언급한 경우는 아주 드물다. (…) 후세의 유자들은 전적으로 논리적인 글을 위주로 했지 덕행을 근본으로 하지 않았다”며, ‘리’에 매달린 성리학자들을 비판했다. 개념어 사전의 시작을 ‘천도’(天道)로 시작하는 데에서도 추상적 원리인 ‘리’가 아니라, ‘실’(實)로서 삶 속의 윤리를 강조한 진사이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일본 고의학파를 창시한 유학자 이토 진사이(1627~1705)의 초상.
일본 고의학파를 창시한 유학자 이토 진사이(1627~1705)의 초상.

개념어 사전 뒤에는 ‘총론사경’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 진사이는 유교 경전을 읽는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논어>와 <맹자>을 먼저 읽고 나서 <시>(시경) 등 ‘육경’을 읽으라고 충고하는데, “육경은 그림이고 <논어>와 <맹자>는 화법”이기 때문이라 한다. 화법을 먼저 배워야 그림의 이치를 통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육경을 읽어도 아득하고 기댈 곳이 없어 그 의미를 훤히 밝힐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정본·중용발휘>는 <대학>과 <중용>을 자기 식대로 읽고 풀어낸 해설서다. 옮긴이는 해제에서 진사이가 성리학이 제시한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 체계를 해체하려 했다고 풀이한다. 성리학에서는 대학-논어-맹자-중용 순서로 독서를 하라고 권하는데, 여기에는 공자에서 증자로, 증자에서 자사로, 자사에서 맹자로 이어지는 ‘도통’ 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 <대학>의 저자를 증자로 확정할 수 없다고 본 진사이는 자신이 <대학>의 결정판본을 쓴다는 자세를 취했는데, 제목에 ‘정본’을 넣은 것은 그 때문이다. 이를 통해 진사이는 ‘사서’라는 성리학의 기본 프레임을 거부하고 주자와 다른 <대학> 풀이를 시도한다. 핵심 문구인 ‘격물치지’(格物致知)와 관련해, 주자와 다르게 ‘격물’을 “본말·시종의 순서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행하는 총괄지시어 정도로 본” 것이 대표적이다. 주희가 <대학장구>에서 ‘빠진 글’을 자신의 글로 ‘보충’한, 이른바 ‘보망장’(補亡章)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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