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영혼-영도의 인문학과 공부의 미래
김영민 지음/글항아리·4만8000원
‘동무론’, ‘영도의 인문학’ 등 독특한 철학적 사유를 펼쳐온 철학자 김영민(사진)이 4년만에 신작 <집중과 영혼>을 펴냈다. ‘인문’(人文)을 ‘인간의 무늬’(人紋)로 새겨왔던 그의 공부 길이 “인간의 정신에 빛이 깃들 수 있는 희망”을 탐구하는 데로 닿은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사람만이 절망’이라는 게 내 오래고도 얄궂은 지론이지만, 짧지 않은 세상을 지나오면서 사람의 마음, 그 역사와 가능성만큼 깊이 감심케 하는 것도 없었다”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무엇으로 구분되는가? 동물들은 욕망을 즉각적으로 풀어내지만, 인간은 이를 미루고 참는 차분한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약속과 계약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회적 실행의 계기들이, 현재와 미래를 한 궤선으로 잇고 주체의 일관된 의지로 이 궤선을 완결시키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집중’이라는 태도를 배양하며 이와 더불어 인간의 정신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안내한다는 사실이다.”
지은이가 강조하는 ‘집중’은 “정신의 강도라기보단 오히려 ‘예리하고 섬세한 정신의 지속성’”에 가깝다. 때문에 집중은 열중과 다르다. 동물도 본능의 충족을 위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에 열중할 줄 안다. 사욕을 비워내는 차분하고 지속적인 과정으로서, 집중은 “존재론적 겸허”를 갖춘 태도다. 그것은 ‘에고’와의 투쟁이다.
“이처럼 인간 정신의 밑절미인 집중의 현상으로부터 달인과 성인에 이르는 기나긴 과정은 역시 인간만이 갈고닦아온 공부·수행이라는 기이한 존재론적 실천과 깊이 겹친다.” 때문에 ‘공부’는 인간에게 어떤 도구 같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양식”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공부는 인간이라는 정신의 특이성에 최적화된 수행이다.”
반면 책의 또다른 주제인 ‘영혼’에 대해, 지은이는 쉽고 명확하게 무언가를 규정하려 들지 않는다. 영혼은 “인간 존재의 자기 초월에 관한 이야기”로서, 하나의 가능성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성을 초월성과 결합시키고 그 중심에 ‘인간의 정신’을 놓는 지은이는, “인간의 의식은 지속적인 집중에 의해 스스로 변화하면서 얻어가는 ‘깊이’ 속에서야 비로소 ‘영혼’이라 부를 수 있는 자태가 드러난다”고 말한다. 그렇게 나름대로 ‘인간의 무늬’(人紋)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지은이가 인간 정신에 기대어 찾아내려 한 ‘희망’으로 읽힌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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