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민지 항쟁
노서경 지음/문학동네·3만5000원 전후 유럽 극우정치운동은 얄궂게도 공화정의 상징인 프랑스에서, ‘국민전선’에 의해 선도됐다. 뿌리는 알제리가 120년 만에 프랑스에서 독립한 알제리전쟁(1954~1962)이다. 알제리를 자신의 고향이자 조국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100만여명의 알제리-프랑스인, 즉 ’피에누아르’들이 생면부지의 프랑스로 와야 했고, 이들이 국민전선 극우운동의 바탕이 됐다. 프랑스에서는 알제리 독립에 반발하는 군부 쿠데타까지 일어나 제4공화국이 몰락하고, 샤를 드골이 정계에 복귀해 이를 수습했다. 시대착오적인 식민지 탄압이었지만, 당시 프랑스에 알제리 독립은 그야말로 살을 벗기고 뼈를 깎는 상실이었다. 알베르 카뮈조차 식민주의는 반대했지만 알제리 독립은 프랑스와 알제리 모두에 이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알제리인이 프랑스인이라 했지만, 알제리인은 아니라고 거부했다. 타자가 아니라는데, 왜 계속 ’너는 나다’는 동일성을 강요하는가?”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프랑스와 알제리의 지식인과 민중들이 현실과 당위, 이익과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한 알제리전쟁에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보여준다. 서구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결산한 사건인 알제리전쟁의 배경과 전개과정을 세밀하게 전달할 뿐만 아니라, 이 전쟁을 둘러싼 서방과 제3세계의 지식인과 민중의 정신적 심연을 파헤친다. 기자 출신으로 프랑스문학·서양사를 전공한 지은이는 “가해와 피해의 논법으로 역사를 재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패퇴시키고, 핍박받던 약자들이 승리한 전쟁은 30년 뒤인 1990년대에 더 끔찍한 내전의 배경이 됐고, 여전히 그 후유증이 진행중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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