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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노동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라

등록 2017-11-02 19:36수정 2017-11-02 19:59

보이지 않는 고통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과학자의 분투기
캐런 메싱 지음, 김인아 외 옮김/동녘·1만6500원

전문가들은 어떤 종류의 고통은 제대로 포착하지 않는다. 허리가 아픈 사람이, “최근 두 시간 동안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했다”고 말하는 경우와 “마트 계산대에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한다”고 말하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당신의 허리는 온종일 서서 일하는 당신의 일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명쾌하게 말해줄 전문가는 과연 얼마나 될까.

캐나다 퀘벡대학교 생물학 교수로 일했던 캐런 메싱은, 방사성 분진에 노출된 제련공장 노동자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노동자 안전보건 문제에 깊숙이 간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학자나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과 사회적 지위가 낮은 노동자들이 분리되는 것을 보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그래서 어떤 논란도 따라붙지 않을 말만 하고자 하는 전문가들은 실제로 아프고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기 일쑤였다. 지은이는 그것을 ‘공감격차’(empathy gap)라 부른다.

어떤 물질에 노출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일하는 공장 노동자, ‘보이지 않는’ 상태로 노동할 것을 요구받는 청소 노동자, 의자에 앉을 수 없는 계산 노동자 등 메싱이 만났던 노동자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고통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 공감격차 때문이었다. 노동조합과 연구자의 연대 활동을 통해 간신히 개선시켰던 노동조건은 또다시 악화되곤 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은 “직업보건의 모든 체계가 노동자들에게 공감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진화해온” 세계 속에서 ‘노동자에게 귀 기울이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메싱의 분투기다. 국내에서 노동자 건강권을 위해 분투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기획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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