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 지음/꿈꾼문고·1만3500원 노랫말을 시(詩)의 관점에서 풀어낸 그의 아름다운 글을 읽다보면 잠깐 책장을 덮고 싶어진다. 그 노랫말에 장단과 선율을 더한 사람의 목소리, 즉 노래가 너무 듣고 싶어져서다. <한겨레>가 1주일마다 2개면씩 할애한 ‘시’ 지면에 1년 동안 격주로 실렸던 ‘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이 묶여 나왔다. 뮤지션이자 시인인 지은이에게 일단 노랫말은 “소리의 지도”다. ‘리을(ㄹ)’ 음소가 가득한 산울림의 노래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를 들으며 그는 리을을 “오토바이처럼 타고” 늦여름의 호숫가로 달려간다. 노랫말은 말로 대들지 못해 터져나오는 방어 기제이기도 하다.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3년 신중현이 “얼마나 좋은 곳에 있나 태양 빛 찬란하구나”(햇님)라고 노래 부른 이유다. 노랫말은 세대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인디밴드의 출현을 알린 삐삐밴드는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죠’라는 공손한 질문을 귀찮은 듯 던지며 전쟁과 개발시대를 숨가쁘게 치러낸 어르신들과 자신들을 차별화한다. 노랫말은 어떤 폭력도 빼앗아갈 수 없는 인간 최후의 존엄성, 자유다. 지은이는 씨없는수박 김대중이 부른 ‘수상한 이불’을 “충청도 김치처럼 담백한 블루스”라고 표현하면서 흑인노예들이 끝까지 지켜낸 자유, 블루스의 리듬과 음계를 떠올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노랫말은 찰나를 누리는 덧없는 행복이다. 지난해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인디밴드 기획사 기명신 대표를 추모하는 글 ‘노래는 허공에 거는 덧없는 주문’에서 지은이는 “날 것 같았던 때”를 떠올리며 “눈을 감고서” 노래한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시간은 간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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