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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파트 장독대는 어떻게 사라졌나

등록 2017-11-16 19:30수정 2017-11-16 20:07

거주박물지
박철수 지음/집·2만2000원

문학평론가 김현이 생애 처음으로 문패를 단 집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지은 20평짜리 단독주택이었다. 집 앞 길이 포장이 안 돼 비가 오면 장화를 신을 만큼 불편했지만, 정작 불문학자인 그를 괴롭힌 것은 집 주변에 들어선 ‘불란서식 미니 2층 주택’이었다. 2층 집들에 둘러싸여 햇볕이 들지 않아 눅눅한 공기가 답답했던 그는 곧 여의도 아파트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불란서식 미니 2층 주택은 <응답하라 1988>에서 덕선이네와 정환이네가 살던 집 같은 것으로, 지하와 지상에 각각 반씩 걸친 반지하층을 만들어 아랫집엔 세를 들이고 주인집은 윗층에 사는 식이었다.

주거 분야 연구의 최고 학자로 꼽히는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1970년대 한 건축가의 말을 빌려 동양인들의 의식을 뿌리깊게 지배했던 서양식 문화주택의 욕망을 읽어낸다. ‘박물지’라는 야심찬 책 제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이 책은 우리 주거 문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가령 ‘쥐가 목욕한 간장도 그래도 퍼먹으니 위생상 좋지 않다’며 정부가 장독대 없애기 운동을 가열차게 벌였음에도 아파트에서까지 장독대를 놓아두던 문화가 어떻게 사라졌는지, 1960년대 23평 주택에서까지 등장했던 식모 방(불과 0.6평)이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에선 아예 사라지게 된 배경을 짚는 식이다. 지은이는 1961년 제주 이시돌목장에 테쉬폰(가마니를 씌운 구조체 위에 모르타르를 바르는 방법) 공법으로 지어진 간이숙소가 그리스-이라크-아일랜드를 거쳐 제주까지 오게 된 과정을 추적하는 등 방대한 문헌 자료, 도면, 각 시대의 거주 문화를 보여주는 문학작품 등을 동원해 독자들을 집의 역사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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