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알칼릴리·존조 맥패든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사이언스·2만2000원 2016년 초 향고래 29마리가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북해 연안에서 연쇄적으로 좌초한 적이 있었다. 최근 이 사건의 원인을 추정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바로 그 시점에 태양폭풍이 휘몰아쳐 이 지역 자기장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지구 자기장과 동물의 이동은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나침반이 없어도 유럽울새는 스웨덴 가문비나무 숲에서 지중해의 절벽까지 정확히 이동한다. 좌초한 향고래는 원래 대서양 저위도에서 고위도까지 회유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태양폭풍으로 자기 수용 감각이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였고, 그만 길을 잃고 북해에 진입했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지구가 내뿜는 자기장은 냉장고 자석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철새 같은 동물은 인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알려면 양자역학 수준의 미시 세계로 들어가야만 한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생명체에 적용한 신진 학문 ‘양자생물학’을 소개한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만들 수 없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우리 몸이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고 각종 호르몬, 효소 등의 화학작용의 결과라는 답에 도달했지만(항우울제로 화학작용을 조절하면 우울증이 완화된다), 여전히 생명은 진군하는 과학 앞에서 체셔 고양이처럼 묘한 웃음만 남기고 사라진다. 고등동물일수록 깊은 심연에 있다.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 ‘생명의 신비’를 풀어줄 열쇠라고 말한다. 결맞음, 중첩, 터널링, 얽힘 등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를 들며 원자의 행동 수준에서 설명한다. 아직 양자생물학은 본격적으로 꽃피지 않았다. 뉴턴처럼 진리의 대양 앞에서 “조개껍데기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소년처럼 책장을 넘기면 좋겠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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