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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엉뚱하게 살다 보니 길이 보이더군요”

등록 2017-11-23 19:50수정 2017-11-23 20:26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 자서전 내놔
만화가 지망생이자 할리우드 키드에서
한·영 2개 언어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
세월의 설거지
안정효 지음/세경북스·1만7000원

“소설이란 대개 작가의 자기 얘기이거나 주변 이야기이기 쉽습니다. 그런데 소설로 써 놓고도 남는 얘기가 있어요. 미처 못다 한 이야기, 숨기는 진실 같은 것이죠. 민망해서 자기 얘기를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아온 얘기를 하되 3인칭 시점을 택해서, 자랑하는 투를 좀 덜 내자고 쓴 게 이번 책입니다.”

번역가 겸 소설가 안정효(76)가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내놓았다. 서울 공덕동 전찻길 옆 집에서 겪은 6·25 전쟁에서부터 만화가 지망생이자 ‘할리우드 키드’였던 고교 시절, 줄기차게 영어 소설을 쓰던 대학 시절을 거쳐 기자와 번역가로, 마침내 영·한 2개 언어 작가로 일가를 이룬 장년 및 노년기까지를 사진 등 시각 자료를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 20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택에서 작가를 만났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 서울 미대를 갈 생각이었는데, 친한 친구의 꾐에 빠져서 신생 학교인 서강대 영문과로 진학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만 해도 ‘here’(여기)가 무슨 뜻인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영어 실력은 형편없고, 문학도 잘 모르는 상태였죠. 대학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세계 명작들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는 그 감흥을 내 글로 풀어내자는 생각을 했어요. 1학년 여름방학 때 학교 도서실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껴 모은 용돈으로 2백자 원고지 300매를 사서 ‘신의 유형자’라는 제목으로 소설 쓰기에 착수했다. 그러나 워낙 호흡이 길었던 탓에 도입부에서 원고지 300매가 바닥이 났다. 구상대로 완성하자면 원고지 수천장은 더 필요할 듯했는데, 원고지 살 돈이 없었다. 신이 나서 쓰던 글을 며칠 동안 못 쓰게 되니 금단 현상이 왔다. 학교에서 쓰고 남은 공책 뒷부분을 뜯어 모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쓰기로 했다. 한국어보다 진도가 더뎌 경제적이고, 아울러 영어 공부도 겸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판단에서였다. 머지않아 그는 학교에서 ‘영어 소설을 쓰는 학생’으로 통하게 되었다. 대학 2학년 때는 펜클럽 회장인 문학평론가 백철이 찾아와 소설 번역을 부탁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땐 당장 작가가 될 줄 알았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요.”

그의 소설 등단작은 그로부터 사반세기 뒤인 1985년, <실천문학>에 연재한 장편 <전쟁과 도시>였다. 그 작품을 영어로 다시 쓴 <하얀 전쟁>(White Badge)이 미국 뉴욕 소호출판사에서 나온 것은 1989년이었고, 이미 대학 3학년 때 초고를 완성했던 <은마>(White Stallion)는 이듬해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인칭 자서전 <세월의 설거지>를 낸 소설가 겸 번역가 안정효.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는 나름대로 고약한 짓과 실수를 많이 저질렀지만, 그의 인생을 끝까지 온전하게 지키고 건져준 힘은 바로 글쓰기였다”고 책에 썼다. 그의 뒤로 그간 모은 비디오테이프들이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돌이켜 보면 대학 시절의 영어 소설 쓰기가 내 인생의 전기가 된 셈입니다. 처음엔 영어 공부 삼아 시작한 건데, 즐겁게 하다 보니 그게 평생을 살아갈 밑천이 된 거죠. 만화가를 꿈꾸었을 뿐, 애초에 전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영어 소설을 쓰다 보니 한가지 목표가 생기긴 했어요. 미국 현지에서 영어 소설을 출간하는 최초의 한국인이 되자는 게 그것이었죠. 생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결국은 그 목표도 이루었습니다.”

<세월의 설거지>에는 소설 원고를 미국 출판사들에 보냈다가 숱하게 거절 편지를 받았던 일, 영자 신문 기자이자 보도병으로 참전했던 베트남전쟁, <백년 동안의 고독> <뿌리> <가시나무새> 같은 소설을 한 달에 한 작품꼴로 번역해 내는 바람에 ‘월간지’라는 별명을 들었던 번역가 시절 이야기, 그리고 성실한 가장이면서 동시에 세상에 대한 불만을 아내와 자식들에 대한 폭력으로 해소했던 아버지 등 가족 얘기도 두루 들어 있다.

“저는 따로 인생 설계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죠. ‘남들이 다 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따라 해 봤자 2등일 테니까’라는 한가지 원칙만은 지켰는데, 결과적으로 참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도 얘기하고 싶어요. 남들처럼 틀에 박히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엉뚱하게 살다 보면 나름대로 길이 생긴다고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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