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은 ‘나는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습니다만, 저는 아버지만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평생 가난 속에 종교와 문학과 교육에 매진하신 아버님인데, 제 책이 잘 팔려서 비로소 효도를 할 수 있겠다 싶은 시점에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아버지의 문학이 세월에 따라 잊혀 가는 게 안타깝고 아쉽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아버님의 고향인 고흥군에서 이렇게 문학관을 만들어 주어서 제가 불효한 회한이 비로소 사그라드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사진)씨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30일 오후 전남 고흥군 두원면 운대리에서 열린 ‘조종현 조정래 김초혜 가족문학관’ 개관식에서 행한 답사였다. 이 문학관은 조정래 작가의 부친인 시조시인 조종현, 조정래씨의 부인인 시인 김초혜씨, 그리고 조정래 작가까지 문학인 2대 세사람의 문학 세계를 기리고자 고흥군이 세웠다. 지난달 말 개관한 분청문화박물관 옆에 자리한 이 문학관은 조종현 문학실, 조정래 문학실, 김초혜 문학실 등 3개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문인의 육필원고와 집필 도구, 생활 소품, 사진 자료 등 모두 1274점이 전시된다.
개관식에 이어 마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는 “김제 아리랑문학관과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에 이어 저로서는 벌써 세번째 문학관이다. 또 강원도 평창 월정사의 자연명상마을 촌장도 맡고 있다.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다음 소설 ‘천년의 질문’(가제)을 2019년 6월 출간한 뒤 매달 마지막 주에는 김제와 벌교, 고흥과 평창에 이틀씩 머물며 독자를 만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 축사에서 소설가 김훈은 조종현의 동시 ‘욕심쟁이’와 시 ‘영하18도’를 낭독하며 “조종현 선생의 문학은 인간의 생명의 아름다움과 힘에 대한 예찬, 그리고 그것을 위협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저항으로 일관된다”며 “조종현 선생의 작품을 읽다 보니 <태백산맥>의 씨앗이 여기 있구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종현 선생의 이런 문학관은 자부인 김초혜 시인의 시 세계로도 연면히 계승돼 내려온다”며 “김초혜 시인이 문학관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김 시인이 조씨 가문에 새롭게 시집 오는 느낌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남편인 조정래 작가와 달리 개관식에서 따로 발언을 하지 않은 김초혜 시인은 해냄출판사를 통해 “나 본인에 대한 문학관은 거듭 거절했으나 아버님이 일구신 시조문학의 뜻을 기리는 고흥군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고흥/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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