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 5·18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낸 소설가 한강.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소설가 한강이 지난 10월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화제가 된 글을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실으면서 그 글을 기고한 배경과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짧게 입장을 밝히는 글을 곁들였다.
한강의 기고문은 한반도에서 전쟁 시나리오를 들먹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한국인들은 평화가 아닌 다른 어떤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10월7일치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남한은 전율한다’는 제목으로 번역돼 실렸다.
한강은 이 글의 원래 제목이 ‘누가 ‘승리’의 시나리오를 말하는가?’였는데, 신문사 쪽에서 제목을 바꾸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고문을 청탁 받은 것은 5월이었지만 당시에는 정중히 사양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 후 말들의 전쟁이 가속화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그는 밝혔다.
“마치 한국에는 어떤 위기에도 무감각하고 둔감한 익명의 대중만 존재하는 것처럼 여기는 국외의 분위기도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오직 한 가지, 여기에 구체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실감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이어 “이 글은 기본적으로 <뉴욕타임스>를 읽는 현지의 독자들을 향해, 평화를 믿는 사람들이 연대하여 전쟁의 가능성에 맞서기를 침착하게 제안하고자 한 것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나약하고 무력하게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평화를 옹호하는 존엄한 사람들로서 한국인들을 묘사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기고문이 <뉴욕타임스>에 발표된 뒤 “한국전쟁은 한반도에서 실행된 일종의 이념적 대리전”이라는 대목을 야당 국회의원이 문제 삼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표현과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한강은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이 글이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며 “북한의 독재 권력의 부당성은 모두가 당연하게 공유하는 상식적인 전제로서 바탕에 깔려 있으며, 한국전쟁의 성격에 대한 거시적, 복합적인 인식은 북한이라는 구체적 전쟁 발발자에 대한 지극히 상식적인 비판적 인식과 모순되지 않는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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