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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준비

등록 2017-12-07 19:46수정 2017-12-08 10:33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인공지능이 열어갈 인류의 생명과 미래

맥스 테그마크 지음, 백우진 옮김/동아시아·2만6000원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5개월 앞둔 2015년 10월, 이세돌은 말했다. “지금까지 본 바로는…내가 거의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리 세 판을 진 뒤 그의 반응은 이랬다. “무기력하다.”

스웨덴 출신으로 물리학자이자 우주론 전문가인 맥스 테그마크 교수(MIT)는 알파고의 승리를 인공지능(AI) 개발사의 “전환의 순간”이었다고 표현하며 “직관과 창의성이라는 인간의 핵심 특징을 알파고가 딥러닝(심층기계학습)으로 돌파해냈다”고 평가했다.

알파고의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가 분홍빛이냐 회색빛이냐를 놓고 열띤 논쟁에 뛰어들었다. 체스·바둑 같은 특정분야가 아니라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언제쯤 탄생할 것인지, 더 나아가 모든 인류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초인공지능이 출연하는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언제 도래할 것인지 그 속도에서부터 예측이 엇갈린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고도의 감시체제가 갖춰진 사회를 만들 것인지도 의견이 팽팽하다.

지은이가 이 책을 쓴 것도 이런 논쟁들에서 비롯됐다. 지은이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류 중엔 “인공지능의 발전을 막아서는 안 된다”(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는 ‘디지털 이상주의’도 있지만, “킬러 로봇을 두려워하는 것은 화성의 인구 과잉을 걱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바이두 수석 과학자 앤드루 웅)라는 ‘기술적 회의론’도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이런 극단을 경계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성찰하기 위해 생명의 개념을 “자기복제를 위한 정보처리 시스템”이라고 확장시킨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또는 존재할) 생명체는 라이프 1.0, 2.0, 3.0으로 분류된다. 라이프 1.0은 생존과 자기복제만 가능한 생물들, 2.0은 생존·복제에 더해 인간처럼 언어·정보 습득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존재를 가리킨다. 라이프 3.0은 2.0의 능력을 기반으로 진화의 족쇄를 벗어나 자신의 하드웨어를 설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지은이는 교통·일자리·교육·산업·사법시스템·불평등·전쟁·우주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라이프 3.0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가져올지 짚어본다. 극단적 낙관이나 극단적 암울함 대신 지은이가 제시하는 것은 라이프 3.0 시대의 문제를 미리 짚어보고 대안을 찾는 ‘이로운 인공지능(AI) 운동’이다. 테그마크는 2014년 초 스티븐 호킹·스튜어트 러셀·일론 머스크·프랭크 윌첵 등 동료 과학자·기업가들과 함께 ‘생명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를 창립하고, 전세계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함께하는 컨퍼런스도 개최해왔다. 이들이 합의한 ‘아실로마 원칙’은 “인공지능은 방향 없는 지능이 아니라 유용한 지능이 돼야 한다”는 연구 목표 정립에서부터 시작해, 안전성·책임성·사법적 투명성·개인정보 보호·이익 공유 등 윤리와 가치 문제를 포괄한다. 그는 “인공지능의 안전에 대한 논의는 인공지능 발전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난을 막기 위한 일종의 ‘화재보험’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자뿐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논의해야 라이프 3.0과의 공존이 불가피한 라이프 2.0의 안전과 행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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